현대판 , 런던 패션 위크 2025 S/S 하이라이트
런던의 봄은 낭만으로 가득했습니다. 현대판 <브리저튼>을 만든다면 딱 이런 모습일 것 같았죠. 상징적인 데님 소재에 앤티크한 꽃무늬와 러플을 접목한 마르케스 알메이다는 기존의 거친 매력을 반항적인 귀족 아가씨의 모습으로 탈바꿈했고, 리차드 퀸은 흰색 수국과 난으로 가득 채운 벽을 배경으로 사교계 결혼식의 화려함을 보여줬습니다. 파스텔 컬러를 기반으로 한 시퀸과 깃털 장식, 잔잔한 패턴은 버버리 특유의 밀리터리 무드마저 가볍고 경쾌하게 만들었습니다. 해리 스타일스와 엠마 코린의 참석으로 화제를 모은 S.S. 달리는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첫 여성복 컬렉션을 발표했죠. 재미있는 발견도 있습니다.
이제 런던 대표 ‘빅 쇼’로 자리매김한 JW 앤더슨과 시몬 로샤는 ‘튀튀 스커트’라는 동일한 요소를 각자만의 방식으로 해석했고, 시몬 로샤와 에르뎀은 ‘카네이션’이라는 공통분모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죠.
재능 있는 젊은 디자이너의 활약도 돋보였습니다. 빈티지 식탁보와 커튼을 활용해 19세기 드레스를 구현한 해리스 리드, 훨씬 정교해진 레이어링으로 깊어진 자기만의 색을 드러낸 초포바 로위나가 대표적입니다. 마찬가지로 처음 여성복을 선보인 해리는 라텍스를 활용한 파격적인 실루엣을 전부 수작업으로 완성해 눈길을 끌었습니다(함께 고생한 동료들과 피날레를 장식했답니다).
‘뉴 제너레이션’으로 소개되는 신인 레이블 중 주목할 만한 4개의 이름도 있죠. 유려한 드레이핑이 특징인 스탠딩 그라운드(2024 LVMH ‘사부아 페어’ 상 수상), 매혹적이고 영리한 스포츠웨어를 보여준 조하나 파브, 모든 체형의 여성을 위한 옷을 만드는 카롤리니 비투, 식물성 소재를 활용하며 아방가르드한 스타일을 추구하는 파올로 카자나입니다.
올해로 40주년을 맞은 런던 패션 위크. 2025 봄/여름 시즌을 선보인 이번 9월이 그 대미를 장식하는 마지막 이벤트였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맥퀸과 비비안 웨스트우드, 스텔라 맥카트니와 빅토리아 베컴은 고향을 떠나 파리에 안착했고, 몰리 고다드를 비롯해 데이비드 코마, 딜라라 핀디코글루 등 인기 있는 이름마저 쇼 리스트에서 빠졌으니까요. 무엇보다 무려 40주년을 맞은 도시의 분위기치곤 너무 고요하고 평화로웠습니다. 1년 만에 런웨이로 돌아온 넨시 도자카는 캘빈클라인과의 협업으로 한층 성숙해지긴 했지만 지금껏 보여준 대담함은 줄었고, 뾰족한 의상과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를 뽐내던 쳇 로 역시 현실에 안주하는 느낌이 역력했으니까요. 좀 더 요란하고 시끌벅적하길 기대한 탓일까요? ‘런던답게’ 말이죠.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는 새로운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후세인 샬라얀의 한마디가 떠오르는 시점이 아닐 수 없습니다. 대형 하우스가 모여 있는 밀라노에서는 신선함을 기대해도 될까요?
#2025 S/S LONDON FASHION W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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