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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서가 왜 이래? 까르띠에가 ‘거꾸로 가는 시계’ 만든 심오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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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대개 동그란, 때론 네모난 판 위에 ‘1’부터 ‘12’까지 차례대로 적힌 숫자와 이를 따라 ‘시계 방향’으로 돌아가는 핸즈는, 많은 이의 머리에 각인된 시계의 가장 대표적인 이미지일 것이다.

FRANK MULLER

하지만 반드시 그래야만 할까? ‘시계 방향’이란 것은 누가, 어떻게, 왜 정한 것인가? 누군가는 고민했다. 정형화된 시간의, 시계의 틀을 깨고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킬 방법에 대해. 그래서 탄생했다. 시간의 흐름을 정확하면서도 지극히 낯선 방식으로 알려주는 시계들이. 그 대표 모델을 소개한다.

CARTIER

벤자민 버튼, 그리고 까르띠에 산토스 뒤몽 리와인드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과거 비행사 산토스 뒤몽을 위해 만들어진 최초의 현대식 시계인 산토스. 까르띠에는 이 리와인드 모델을 통해 중력을 거슬러 비행하며 “하늘에는 정해진 길이 없다”고 말한 뒤몽의 자유로운 사고방식을 시계공학적으로 풀어냈다.

CARTIER

산토스 뒤몽 리와인드의 가장 큰 특징은 시간이 반시계 방향으로 흐르게끔 설계된 칼리브 230 MC 매뉴얼 와인딩 무브먼트다. 이에 맞춰 선명한 카넬리안 레드 다이얼 위 로마자 순자는 시계 반대 방향으로 배치돼 있으며, 핸즈도 당연히 반시계 방향으로 돌며 시간을 가리킨다. 케이스 백에 새겨진 뒤몽의 서명마저 거울에 비친 듯 위아래로 반전되어 있는 점이 디테일의 완성이다. 2024년 워치스 앤 원더스에서 공개된 200 피스 한정판으로 출시됐다.

FRANK MULLER

독립 시계 브랜드 프랭크 뮬러는 한술 더 떠, 시간의 배열을 완전히 뒤죽박죽 섞어버렸다. 2003년 처음 출시돼 큰 파장을 일으킨 ‘크레이지 아워’가 바로 그것. 이 시계 위에서 분침은 일반 시계처럼 한 바퀴를 정방향으로 돌지만, 시침은 정각마다 다음 숫자를 찾아 점프하는 ‘점핑 아워’ 메커니즘으로 움직인다. 시침의 위치가 아닌, 그 숫자를 정확히 읽는 것이 이 시계의 핵심이다. 프랭크 뮬러의 상징인 곡선형 토노 모양의 생트레 커벡스 케이스와 화려한 아라비아 숫자가 시그니처다.

왜 이런 시계를 만들었을까? 프랭크 뮬러는 휴가를 보내던 중 “사람은 왜 정해진 시간의 규칙에 얽매여 살아야 할까?”라는 질문을 떠올렸다. 그 사유의 결과물이 바로 크레이지 아워다. 시계 인덱스의 정해진 순서를 흐트려 놓음으로써, 시계 바늘의 위치만 보고 쫓기듯 사는 관습에서 탈피하고 현재 이 순간에 집중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GRANDEUR

미국의 마이크로 브랜드 그랜저에서도 크레이지 아워와 비슷한 모델을 출시했다. 바로 스트레인지 말라카이트 에디션이다. 프랭크 뮬러의 방식처럼 시침이 무작위로 배열된 숫자 위를 점프하며 가리키는 ‘스트레인지 아워’ 메커니즘이 탑재됐다. 천연 원석인 공작석(말라카이트)을 깎아 만든 다이얼을 사용해, 제품마다 새겨진 고유한 초록색 줄무늬 패턴이 특징이다. 티타늄 소재의 비정형 모양 케이스가 까르띠에 크래쉬를 연상시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