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지금 몇 시인 거예요? 시간을 볼 수 없는 특별한 시계 5
시간을 보기 위한 기계, 시계. 그러나 역설적으로 시간을 볼 수 없는 시계들이 있다. 고장 나거나 전력이 다해서가 아니다. 원래 그렇게 되게끔 만들어졌다. 시간을 감춰버린 시계는 착용자에게 숫자와 눈금으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 독특한 주제로 만들어진 시계의 대표적인 작품을 추려보았다.
오틀랑스, 플레이그라운드 라비린스
시간은 잊어라. 게임이 시작됐다. 오틀랑스의 라비린스는 작은 구체를 이동시켜 미궁 속 골대로 넣어야 하는 미로 퍼즐 게임을 축소해 손목에 얹고 이를 견고한 레드 골드, 화이트 골드, 플래티넘으로 구현한 작품이다. 미로 뒤에 있는 메커니즘은, 6시 방향의 구멍에 빠진 공을 다시 미궁으로 들어 올려 무한한 플레이를 가능케 한다. 필요한 것은 약간의 손재주와 인내심 그리고 유머 감각. 약 1,749만 원에 18개 한정 출시됐다.
모저앤씨, 스위스 알프 워치 인피니트 리부트
애플워치를 연상케 하는 모양의 이 시계에는 로고, 인덱스, 바늘이 없다. 오직 무한히 회전하며 시간의 끊임없는 이동을 반영하는 ‘로딩’ 기호뿐이다. 이 시계 속에서 시간은, 일종의 영구적인 재부팅처럼 흘러간다. 이는 모저앤씨가 현대사회의 디지털화와 시간의 상대성에 대해 던지는 질문이자, 위트 있는 메시지다. 다이얼에는 인공적으로 생산된 가장 검은 소재 반트블랙을 사용해, 마치 블랙홀을 들여다보는 듯한 초현실적 감각을 자아낸다. 작동 방식은 당연히, 오토매틱.
할디만, H9 리덕션
분명히, 시간은 측정되고 있다. 그것도 아주 정확하게. 다만 보이지 않을 뿐이다. 그래도 이것을 ‘시계’라고 부를 수 있는가? 할디만이 H9 리덕션을 통해 던지는 메시지는 누락의 예술이자 도발이다. 시간과 분을 재지만 그 디스플레이는 완전 불투명한 사파이어 크리스털 디스플레이 뒤에 가려져 있다. 훌륭하게 제작된 칼리버 ZEN-H9이 탑재됐으며 크라운을 통한 3개의 배럴 수동 와인딩 방식으로 구동된다. 출시가는 약 1억 9천만 원.
로만 제롬, 타이타닉 DNA 데이 앤 나이트
로만 제롬의 데이 앤 나이트는, 시계 제작과 천문학이 융합된 작품이다. 밤하늘의 아름다움이 돋보이도록 설계된 이 시계는, 낮과 밤의 시간을 철저히 비전통적인 방식으로 표현한다. 다이얼은 낮과 밤을 나타내는 각각의 디스크로 구성됐다. 숫자는 없다. 대신 별을 나타내기 위한 작은 발광 점을 사용한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디스크가 회전하고, 현재 시간과 천체의 위치가 표시된다. 밤하늘이 햇빛으로, 햇살이 어둠으로 물들어가는 화면을 착용함으로써, 시간과 우주 사이의 연결성을 상기시키며 경이와 사색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