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티지 시계 마니아 주목, 월드 투어 앞둔 14억 원 희귀 파텍 필립 시계
빈티지 시계에 관심이 있다면, 놓치지 말아야 할 컬렉션이다. 로버트 올름스테드의 희귀 시계 80점이 12월 경매에 오른다. 경매에 앞서 이 컬렉션은 홍콩, 런던, 제네바, 뉴욕을 글로벌 투어할 예정이다.
빈티지 워치 시장에서 새로운 것은 더 볼 수 없다고 여겨질 무렵, 믿기 힘들 정도로 희귀한 컬렉션이 등장했다. 올해 12월, 소더비는 로버트 올름스테드라는 남자가 평생에 걸쳐 수집한 시계 컬렉션을 경매에 부칠 예정이다. 그리고 그 물건들은 시계사적으로 상당히 큰 의미를 가졌다.
올름스테드는 시계를 향한 깊은 사랑과 호기심을 지닌 겸손한 인물이다. 그는 1960년대 프린스턴 대학교 학부 시절부터 포켓워치와 탁상시계를 모으기 시작했다. 브레게, 덴트, 찰스 프로드샴 등의 브랜드에 집중하며,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의 작품들을 빠르게 모아갔다. 그리고 그는 작년 12월 세상을 떠났다. 그의 컬렉션은 80점이 넘었고, 그중 상당수는 시장에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는 작품들이었다. 특히 컬렉터들에게 가장 주목받는 점은, 그의 소장품 중 파텍 필립의 복잡한 시계 몇 점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가장 주목받는 시계는 일단 포켓워치다. 1924년 파텍 필립이 미국의 화학자이자 산업가, 정치가, 자선가였던 존 모틀리 모어헤드 3세를 위해 제작한 놀라운 스플릿 세컨드 포켓워치 모델이다. 컬렉터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이 시계는 1965년 뉴욕의 딜러 에프라임 그린버그를 통해 올름스테드가 구입해 두 번째 주인이 되었다. 이 시계 내부에는 두 개의 무브먼트가 들어 있으며, 크라운을 통해 서로 반대 방향으로 동시에 감긴다.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 채플힐 캠퍼스에 모어헤드 천문관과 과학센터를 설립한 모어헤드는, 이 중 하나의 무브먼트를 태양이 아닌 ‘고정된 별’을 기준으로 한 지구의 회전 시간인 항성시를 측정하는 데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두 개의 무브먼트를 가진 시계는 지금까지 어떤 브랜드에서도 단 두 점만 알려져 있으며, 이 시계의 예상가는 50만~100만 달러, 한화 약 14억 원이다. 다른 한 점은 스플릿 세컨드 기능이 없지만 동일한 컬렉션에 포함되어 있으며, 예상가는 30만~50만 달러다.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또 다른 작품이 있다. 1927년 제작된 파텍 필립의 페이퍼웨이트 클록이다. 여러 캘린더 및 복잡한 기능을 탑재한 이 시계는 세상에 단 세 점만 존재한다. 나머지 두 점은 각각 자동차 산업가 제임스 워드 패커드와 은행가 헨리 그레이브스 주니어를 위해 제작된 것이다. 이 두 사람의 수집 경쟁은 시계 역사에서 매우 유명하다. 이 시계는 미국 수집가 토머스 에머리의 의뢰로 제작되었으며, 올름스테드가 1976년에 구입한 후 지금까지 파텍 필립 본사 외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작품이다. 우연하게도, 올름스테드의 사망과 이번 컬렉션 경매는 파텍 필립이 이 시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신모델을 워치스 앤 원더스 2025에서 공개하는 시기와 맞물린다. 단 25점 한정으로 제작된 이 신형은 개당 125만 달러에 바로 완판되었다.
파텍 필립 작품들 외에도 올름스테드의 컬렉션에는 영국 시계 제작의 전성기를 대표하는 브랜드, 예를 들어 찰스 프로드샴과 덴트 등의 복잡한 시계가 여럿 포함되어 있다. 스위스가 시계 산업의 절대 강자로 떠오르기 전, 그 역할은 영국이 맡고 있었다. 그의 컬렉션에 포함된 1857년 덴트 캐리지 클록과 1915년 찰스 프로드샴의 복잡한 포켓워치를 보면, 제2차 세계대전 이전 런던 시계 제작의 놀라운 수준을 실감할 수 있다.
이번 올름스테드 컬렉션은 12월 8일 열리는 소더비의 경매와 11월 26일부터 12월 10일까지 진행되는 파인 워치 경매에 출품된다. 경매에 앞서 이 컬렉션은 홍콩, 런던, 제네바를 거치는 글로벌 투어를 거쳐, 12월 5일부터 7일까지 뉴욕 브로이어 빌딩에서 일반 대중에게 공개된다. 이번 전시는 소더비 국제 시계 부문 명예 회장 다린 슈니퍼가 큐레이팅했으며, 빈티지 시계 연구자라면 반드시 봐야 할 컬렉션으로 꼽힌다.
무엇보다도 이 컬렉션은 다음의 문구가 진실임을 다시금 증명한다. “당신은 파텍 필립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해 잠시 맡아두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