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24.pro
World News in Korean
Октябрь
2025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사치 끝판왕, 남자들이 명품 시계에 여전히 집착하는 이유

0

스마트폰이 모두의 필수품이 된 현대 사회에 시계는 종종 구식의 기술로 치부된다. 하지만 지큐의 시계 기자는 시계가 훨씬 더 본질적인 존재라고 믿는다.

Watches: Brands; Photographs: Getty Images; Collage: Gabe Conte

시계에 대한 글을 읽다 보면, 시계라는 세계의 우스꽝스러운 집착에 대한 자기비판적 인식이 반드시 생긴다. “이렇게 낡고 불필요한, 게다가 비싸기까지 한 물건에 남자들은 왜 이렇게 집착할까?” 어차피 우리 모두는 손 안의 스마트폰으로 훨씬 더 정확한 시간을 확인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생각할수록 ‘우리는 더 이상 시계가 필요 없다’는 주장은 게으르고 상투적인 생각일 뿐이라는 확신이 든다.

그 논리라면, 우리는 인생의 작은 즐거움 중 그 어떤 것도 필요하지 않다. 저녁으로 만든 맛있는 볶음요리, 함께 곁들인 좋은 와인 한 병, 매일 입는 셀비지 데님, 탐나는 고급 자동차, 벽에 걸린 세련된 예술 작품들. 이런 것들은 매슬로의 욕구 단계 이론에는 전혀 포함되지 않으니까.

만약 우리가 인생을 식사 대체 식품을 판매하는 소일런트의 제품 한 병으로 대체하지 않기로 했다면, 시계가 위의 어떤 물건보다 더 필요하지 않다. 흰 티셔츠를 다루는 기사에서 “물론, 모든 사람에게는 한 벌의 한스(Hanes) 티셔츠만 있어도 충분하죠”라는 식의 가식적인 단서를 달지 않는 이유와 같다.

Getty Images

요즘은 거의 모든 사람이 주머니 속에 휴대전화를 가지고 다닌다. 하지만 바지 주머니 속 물건보다 더 접근하기 쉬운 건 뭐다? 바로 손목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실제로 시계를 사용한다는 명확한 증거도 있다. 하드코어 시계 수집가들은 날짜 창을 싫어하지만, 브랜드들이 여전히 시계에 날짜창을 넣는 이유는 일반 소비자들이 그것을 원하기 때문이다. 왜냐고? 손목에서 바로 시간과 날짜를 확인할 수 있는 편리함이 있으니까.

이 사실을 처음 실감한 건, 큰아들과 함께 외출했을 때였다. 예전에 나는 ‘진짜 수집가는 시계 시간을 맞추지 않는다’는 다소 악명 높은 글을 쓴 적이 있다. 하지만 요즘 나는 오히려 시계의 시간을 정확히 맞추는 데 집착한다.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는 최대한 현재에 집중하고 싶어서, 시계를 활용하면 휴대폰을 볼 필요가 줄어드는 일종의 초능력을 얻는다. 많은 부모들이 사용하는 유용한 방법이다.

코미디언 존 멀레이니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이들 앞에서 휴대폰을 보고 싶지 않을 때, 시계가 정말 중요해요. 손에 폰을 쥐는 순간, 끝이에요. 빠져버리죠. 그래서 시계로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게 좋아요.” 하지만 부모가 아니더라도, 시계는 정신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시점은 오후 1시 직전인데, 내 아이폰에 따르면 나는 오늘 이미 47번이나 폰을 집어 들었다. 그중 단 몇 번이라도 줄여서 알림으로부터 벗어나는 건 작지만 의미 있는 사치다.

요즘은 교실 내 휴대폰 사용 금지 조치를 겪는 10대들조차 아날로그 시계의 유용함을 새롭게 발견하고 있다. 최근 『스트래티지스트(Strategist)』 기사에서 한 9학년 학생은 “모든 친구 그룹에는 시계를 가진 애가 꼭 한 명은 필요해요. 전 그 시계 담당이에요.”라고 말했다. 고등학교 2학년인 젤라는 덧붙였다. “시간을 알 수 없다는 건 진짜 짜증나요.” 맞는 말이다!

지위를 나타내는 관점에서도 시계는 다른 패션 아이템보다 한 수 위다. 예를 들어 스니커즈는 유행의 순환에 따라 급격히 좌우되지만, 시계는 그렇지 않다. 오메가 스피드마스터나 롤렉스 데이토나 같은 대표 모델들은 수십 년이 지나도 시각적 디자인이 거의 변하지 않는다. 훌륭한 시계는 지속적인 디자인 언어를 갖고 있으며, 대중 문화 속에서 깊은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그리고 시계는 대부분의 무생물보다 훨씬 더 큰 감정적 무게를 품을 수 있다. 아버지가 남긴 시계를 물려받는다면, 당신은 매일 그것을 차며 그의 정신과 사랑을 손목 위에 간직할 수 있다. 중요한 사람이 준 빈티지 콘서트 티셔츠를 떠올려보라. 몇 번 세탁하다 보면 결국 해진 천 조각만 남는다. 반면, 시계는 개인적인 메시지를 각인할 수 있고, 그 글귀는 세대를 이어 당신과 후손을 직접적으로 연결해줄 것이다.

시계가 생존 키트의 첫 번째 항목은 아닐지라도, 역사적으로 시계는 잠수부, 탐험가, 제시간에 일어나야 하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도구였다. 그리고 2025년의 지금, 시계는 현대인의 가장 보편적인 문제, ‘기기에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것’ 에 대한 훌륭한 해독제이기도 하다.

시계를 ‘쓸데없고 시대에 뒤떨어진 물건’이라 치부하는 건, 그것이 우리의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지를 놓치는 일이다. 무엇보다 시계는 정말 멋지게 생기지 않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