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 유행할 남자 헤어스타일, 앞으로 내릴까? 뒤로 넘길까?
머리를 어느 방향으로 빗을지 결정하는 일은, 여자가 앞머리를 내릴지 길러 넘길지 고민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남자들은 영원히 머리를 앞으로 내릴지 뒤로 넘길지 이 그루밍 이분법에서 맴돌 수밖에 없다. 올가을에는 어떤 헤어스타일이 좋을까?
LA에 기반을 둔 콘텐츠 크리에이터 알렉스 나르바에즈는 최근 아빠가 되었다. 펍과 바를 순회하는 대신 기저귀와 먹을 것을 쇼핑하는 것으로 루틴을 바꿨을 뿐만 아니라 헤어스타일도 바꿨다. 그는 수년 동안 탈색 머리를 앞으로 내린 ‘블리치드 크롭’ 스타일을 유지했다. “이 스타일은 카메라 앞에서 절 좀 더 유머러스하고, 젊고, 사람들이 다가오기 쉬워보이게 했어요.” 그의 말이다. 하지만 아버지가 되고 마흔을 눈앞에 두면서 그는 좀 더 날카로운 무언가에 끌렸다.
그래서 그는 모발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었다. 짧은 앞머리를 버리고, 깨끗하고 뒤로 넘긴 페이드 컷으로. 덜 천진하지만 더 강렬한 인상을 준다. “머리를 뒤로 넘긴 사람을 보면, 우리는 수트 입은 CEO를 떠올리죠. 저는 제 인생의 새로운 단계에 도달했다고 느꼈고, 그걸 제 미학에도 반영하고 싶었어요.” 그는 말한다.
그의 결정은 남자들이 오랫동안 되풀이해온 고전적인 그루밍의 이분법을 건드린다. 머리를 앞으로 빗을 것인가, 뒤로 빗을 것인가. 이건 마치 투팍 vs. 비기, 스탠딩 데스크 vs. 빈백 의자, 스키니진 vs. 너구리 가족이 숨을 수 있을 만큼 넓은 바지 같은 문제다. 머리카락의 방향은 당신이 누구인가, 혹은 되고 싶은 사람이 누구인가에 대한 일종의 국민투표처럼 느껴질 수 있다.
셀럽 헤어스타일리스트 클레이튼 호킨스는 이 선택을 두 가지 문화적 분위기 사이의 줄다리기로 본다. “내게 머리를 뒤로 넘긴 스타일은 순수한 1980년대 월스트리트의 엑세스고, 앞으로 내린 머리는 2000년대 마이스페이스예요. 우리는 수십 년 동안 이 두 분위기 사이를 탁구 치듯 오가고 있죠.” 그는 말한다.
그의 의견으로는 확실히 젊은 세대는 명확히 ‘앞으로 내리는 쪽’에 깃발을 꽂았다. 티모시 샬라메의 흐트러진 예술학도 스타일의 머리, 폴 메스칼의 슬픈 소년같은 스윕을 떠올려보라. “Z세대는 흐물흐물하고 앞으로 떨어지는 앞머리를 사랑해요.
30대쯤 되면 많은 남자들이 머리를 뒤로 넘기기 시작하죠. 하지만 이게 어울리느냐는 완전히 헤어라인에 달려 있어요.
빌 마허 같은 드라큘라 분위기는 피해야 하니까요.”
앞으로 떨어지는 머리는 후퇴하는 헤어라인을 가려주는 효과 외에도, Z세대에게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토론토 출신의 21세기 그루밍 인플루언서, 루카스 우드의 의견에 따르면 말이다. 그 역시 풍성한 머리카락을 자랑한다. 틱톡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레한드로 가르나초 같은 축구선수들의 흐트러진 앞머리를 따라 하고 싶은 10대들이 많아졌다. 이 스타일은 전통적인 남성성을 강조하던 그루밍 코드에서 벗어나 좀 더 부드럽고 장난기 있는 스타일을 선택하는 쪽으로 향하고 있다.
“이런 부드러운 헤어스타일은 대부분 유명 축구선수들이나, 유명 아티스트처럼 스타일을 자기 방식대로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서 영향을 받아요.” 루카스는 자신의 헝클어진 커튼뱅을 한쪽으로 쓸어넘기며 말한다. “문화적으로도 요즘은 좀 더 감정적이고 섬세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예전의 ‘남성성’ 전체에서 살짝 벗어난 거죠.”
뉴욕시의 블루앤블랙 공동 소유주인 토니 디앤젤리스는 말한다. “월스트리트의 남자들도 지금은 훨씬 느슨해지고 있어요. 많은 이들이 돈 드레이퍼 식의 보드룸 광택을 버리고 대신 짧고, 텍스처감을 살려 앞으로 내린 헤어스타일로 바꾸고 있어요. 마초맨 대신 말차맨 스타일로. 몇 년 전만 해도, 뒤로 깔끔히 넘긴 헤어스타일을 하던 남자들이 이렇게 말하기 시작했죠. ‘이제 프라우드 보이처럼 보이고 싶지 않아.’ 고전적이고 깔끔한 미국식 룩이지만, 정치 운동과 연관되면서 이미지가 달라졌어요.” 디앤젤리스는 덧붙인다. 이 흐트러진 크롭 헤어의 유행은 정치적 연출을 거부하는 동시에, 더 가볍고, 느슨하고, 덜 공격적인 감각을 향한 욕구를 반영한다고.
“사람들이 스타일을 대하는 태도가 더 편안해지고 있어요. 아마 그 일환이 이거겠죠. 손이 덜 가고, 제품도 많이 안 쓰고요.
조금 중성적이고 친근한 방향이에요.” 캐나다 앨버타주의 에드먼턴에서 대학 연구원으로 일하는 안톤 말킨에게 앞으로 내린 텍스처드 컷은 정치적 선언이 아니라 순수하게 실용적인 선택이다. 39세인 그는 팬데믹 기간에 아빠가 되면서, 복잡한 그루밍 루틴은 ‘아이 태어나기 전 수면’처럼 사라졌다고 말한다. 대신 그는 항상 침대에서 막 일어난 듯한 학자 스타일 헤어를 선택했다.
“그냥 손으로 젖은 머리를 털고 앞으로 쓸어내면 끝이에요. ‘바쁜 아빠 룩’을 받아들였죠. 아이와 가족을 태우기 위한 미니밴도 샀고요. 아내는 요즘 저보고 대니 태너같아진다고 웃지만, 이제 돌아갈 수 없어요.” 그는 웃으며 말한다.
루카스 우드는 말한다, Z세대 역시 이제 ‘너무 애쓴 듯한’ 헤어스타일에 피로를 느끼고 있다고. 심지어 ‘맥싱(maxxing)’이라는 틱톡 코너 안에서도 말이다. 그는 한때 세대의 상징이던 브로콜리 펌이 이제는 식상해졌다고 지적한다. 그의 또래들은 자연스러운 질감을 살리며, 지금 그가 하고 있는 헝클어진 가운데 가르마처럼 ‘대충한 듯한 앞머리’를 선호한다고 한다.
반면 뒤로 넘긴 슬릭백 역시 슬금슬금 돌아오고 있다. 일부 Z세대 남자들은 고든 게코 스타일로 변신하고 있다. 헝클어진 쿨함을 버리고, 코너 오피스의 단정함을 택하는 식으로. “한 쪽에서는 남성적이고, 날카롭고, 깔끔한 룩이 다시 뜨고 있다고 생각해요. 부드럽고 착해보이는 스타일이 유치하고 식상하기도 하니까요. Z세대도 모두 어른이 되어가고, 모두가 좋은 직업을 원하니까요. 젊고 소년처럼 보이는 남자가 진지하게 받아들여지기 어렵기 때문에, 역할에 맞게 외모를 바꿔야 한다는 걸 깨닫고 있어요.”
뒤로 빗어 넘긴 머리의 복귀를 반기지 않는 사람도 있다. 셀럽 헤어스타일리스트 엘레나 마라벨리아스는 이 룩이 ‘슬로피 스테이크(sloppy steaks)’ 에피소드의 남자들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한다. 그건 넷플릭스 시리즈 ‘팀 로빈슨: 나가주시죠I Think You Should Leave‘의 상징적인 스케치로, 팀 로빈슨이 “그땐 내가 정말 끔찍한 놈이었지”라고 회상하는 장면이다.
“그건 남자들이 아내와 아이들로부터 벗어나 스테이크하우스로 몰려가 장난치던 시절로의 회귀예요. 말하자면 마피아 문화의 회상 같은 거죠. ‘우린 마초맨, 터프가이야. 머리는 뒤로 빗어 넘기고 스테이크하우스에 가서 남자들끼리 고기와 맥주를 잔뜩 먹는 거지.’ 이런 식의 태도에 가까워요. 이 스타일은 베이비부머 세대가 프로페셔널함을 드러내는 구시대적 스타일이에요. 이제는 어떤 헤어스타일을 하든 성공할 수 있는 시대예요. 머리는 편한대로 스타일링하고 일이나 잘하면 되는 거죠.”
“뒤로 넘긴 머리는 애어른 같은 느낌이에요. 생각이 덜 자란 성인이 ‘나는 미국 회사에서 일하고 있어. 어릴 때 엄마가 내 머리를 이렇게 빗어줬으니까 이제 내가 스스로 그 헤어스타일링을 하는 거야.’ 라고 생각할 것 같은 느낌이랄까?”
나르바에즈도 어느 정도 동의한다. 뒤로 빗어 넘긴 슬릭 백 스타일은 그가 초등학생 시절 처음 했던 머리와 닮아 있다. 자기가 존경하던 라틴계 영화 캐릭터 속 갱스터에서 영감을 받았었다. “제가 이런 스타일을 한 이유는 아마도 문화적인 뿌리가 더 강할 거예요. 자라면서 본 미디어 속 라틴계, 히스패닉 캐릭터들 대부분이 머리를 뒤로 넘겼어요. 어쩌면 지금 성인이 된 LA의 제 모습 속에서도, 그 시절의 본질을 무의식적으로 다시 불러내고 있는지도 모르죠.” 그는 이 스타일의 뿌리를 자신감, 반항, 그리고 그루밍에 대한 세심함의 상징으로 떠올린다.
한편 토론토의 세일즈 매니저 앨버트 에반젤리스타는 자신의 부드럽게 뒤로 넘긴 머리에 아무 문화적 의미도 없다고 말한다 . 단지 30대 후반의 프로페셔널로서 옳게 느껴질 뿐이라고. “머리를 뒤로 빗어 넘기는 게 더 어려워요. 노력이 필요하고 당신이 실제로 외모에 신경 쓰고 있다는 걸 보여줘요. 할 일에 집중하기 위해서 머리카락이 눈을 가리지 않게 하는 것 뿐입니다. 섬세하고 감성적인 남자들이 머리를 앞으로 내리는 것 같아요. ‘나는 신경 안 써’라는 인상을 주니까요. 손으로 젖은 머리를 헝클어뜨리고 ‘너희는 날 몰라’라고 말하는 식으로요. 저는 중요한 일을 하고 있거나, 자신감이 필요한 날 머리에 젤을 발라 뒤로 넘겨요. 그리고 조금 다운된 기분이거나 감상에 잠기고 싶을 땐 앞으로 빗어요. 표정을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날도 있으니까요.”
결국 결론은 다시 원점이다. 헤어스타일은 또 하나의 표현 수단일 뿐이다. 기분과 분위기에 따라 머리카락의 방향은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올가을 당신은 빗어 넘길 것인가, 눈을 살짝 가리며 흐트러뜨릴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