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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불판을 지배하는 법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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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야외에서 고기 굽기 좋은 계절. 기본 원칙과 매너까지 놓치지 않는 실전 가이드.

고기를 맛있게 굽기 위해서는 불을 켜기 전부터 준비가 필요하다. 냉장고에서 막 꺼낸 고기는 중심이 차가워 겉만 타고 속은 덜 익기 쉽다. 냉장육은 실온에서 20~30분 두고, 냉동육은 냉장 해동 후 1시간 정도 두었다가 굽는 것이 이상적이다. 굽기 전에는 키친타월로 핏물을 제거해 표면을 바삭하게 유지하고, 소금 간은 굽기 직전이나 다 구운 후에 살짝 뿌려야 한다. 미리 간을 하면 수분이 빠져 고기가 질겨지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강불로 겉면을 지지는 ‘시어링’ 단계가 필요하다. 단백질이 응고되며 육즙이 안쪽에 가둬지고, 이후에는 중불로 낮춰 속까지 천천히 익히면 된다. 불 위 10cm 높이에 손을 올렸을 때 2초 버티면 강불, 4초 버티면 중불이다. 찬 불판에 고기를 올리면 달라붙으므로 반드시 미리 달궈놓고 시작해야 한다.

고기는 자주 뒤집지 말고 한 면이 충분히 익어 석쇠에서 자연스럽게 떨어질 때 뒤집는 것이 좋다. 삼겹살은 한 면당 약 2~3분, 소고기는 1분 30초에서 2분 정도가 적당하다. 고기를 누르거나 집게로 계속 만지면 육즙이 빠져 질겨지므로, 살짝 들어 확인하는 정도로만 다뤄야 한다.

돼지고기부터 살펴보자. 삼겹살은 0.7~1cm 두께로 강불에서 앞뒤를 시어링한 뒤 중불로 낮춰 기름이 충분히 빠질 때까지 굽고, 목살은 두꺼운 만큼 버터나 식용유를 살짝 둘러 중불에서 천천히 익히되 과열되지 않도록 주의한다. 소고기 등심이나 안심은 강불에서 각 면을 1분씩 익히고 약불로 3~4분간 속을 익히면 미디엄 레어가 된다. 양념 갈비는 설탕이 많아 금방 타기 때문에 중불에서 자주 위치를 바꿔주는 것이 좋다. 또한 닭고기는 껍질부터 구워 지방을 녹이고, 뚜껑을 덮어 속까지 고루 익히면 부드럽다. 양고기는 올리브오일을 발라 강불에서 시어링한 후 중불로 마무리하면 풍미가 깊어진다.

고기를 다 구웠다고 해서 바로 썰면 안 된다. 불에서 내린 후 바로 자르지 말고 3~5분간 그대로 두는 ‘레스팅’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시간 동안 고기 내부의 육즙이 안정되어 썰었을 때 육즙이 밖으로 흘러나오지 않는다. 레스팅 시에는 알루미늄 호일로 살짝 덮어 따뜻함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 단계에서 풍미를 살리는 ‘피니시’ 작업을 하면 고기 맛이 한층 깊어진다. 고기를 거의 다 익혔을 때 버터 한 조각과 로즈마리, 통마늘을 넣어 녹은 버터를 고기에 끼얹으면 윤기와 향이 살아난다. 소스와 곁들임도 중요하다. 소고기에는 소금, 와사비, 홀그레인 머스터드가 잘 어울리고, 삼겹살은 쌈장과 마늘, 새우젓이 찰떡이다. 목살은 소금과 후추에 레몬즙을 살짝 뿌리면 산뜻해지고, 양고기에는 요거트 민트소스나 로즈마리소금이 어울린다.

고기를 잘 굽는 것도 중요하지만, 함께 먹는 자리에서는 매너가 더 중요하다. 한 사람이 계속 고기를 굽고 있다면 “이제 제가 구울게요”라고 자연스럽게 말하며 바꿔주는 배려가 필요하다. 특히 고기집에서는 굽는 사람이 식사를 놓치기 쉽기 때문에 돌아가며 구우면 모두가 편해진다. 고기가 익기 전에 함부로 젓가락으로 뒤집거나 손대는 것도 피해야 한다. 불판 위가 복잡해지면 함께 정리하고, 타거나 불이 약해지면 “불 좀 더 올려드릴까요?”라고 말해주는 것도 좋은 센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