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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만 알면 옷 잘 입는다! 곧 어디서나 보게 될, 남성복 8대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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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런던, 밀라노, 파리 패션위크에서 발견된 런웨이 트렌드를 모아 보았다. ‘반항적 프레피룩’부터 ‘영적 슬리즈’까지.

이번 시즌 패션위크는 지난 10년간 가장 기대를 모았던 디자이너 데뷔 무대들이 잇따라 펼쳐졌다. 2026년 봄 시즌을 위한 뉴욕, 런던, 밀라노, 파리의 쇼들은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전개됐다. 그러나 이제 각 브랜드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이 자신들의 색을 보여주었고, 기존 디자이너들은 더욱 뿌리를 단단히 내린 만큼, 런웨이에서 나타난 공통점들을 살펴볼 때다.

여성복 중심 시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시즌의 남성복 트렌드는 가죽 신발과 패딩 트렌치코트처럼 상점에서 바로 살 수 있을 만한 현실적인 스타일부터, 설명하기 어려운 비주얼까지 다양했다. GQ는 실크 셔츠를 일부러 구기라고 권하지는 않지만, 이런 스타일링 선택들이 패션의 현주소와 알고리즘, 그리고 우리가 따라야 한다고 믿는 규칙들에 대해 어떤 메시지를 던지는지는 주목할 가치가 있다. 보테가 베네타와 베르사체의 과장된 어깨부터, 셀린느와 톰 포드의 느슨한 프렙 무드까지. 우리는 여전히 반항과 규범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이제 2026 봄 시즌 런웨이에서 발견된 주요 트렌드들을 하나씩 살펴보자.

1. 발전한 레이어링

한여름의 폭염에도 불구하고, 이번 시즌엔 이중 칼라, 바지 위에 치마, 혹은 심지어 바지 위에 바지를 입은 룩들이 등장했다. 트렌드의 선두에 선 틱톡 유저들이 자주 보여준 ‘극단적 레이어링’에서 먼저 접한 것처럼 특별한 예산이나 디자이너 옷 없이도, 이미 옷장에 있는 아이템들로 연출할 수 있는 스타일이다.
뉴욕의 에크하우스 라타는 이 트렌드를 창의적으로 재해석했다. 롱슬리브, 티셔츠, 탱크톱을 한 룩에 겹쳐 입어, 카날 스트리트의 빈티지 이세이 미야케 느낌을 자아냈다. 참고로 이세이 미야케 역시 이번 시즌 ‘즉흥적이고 종말적인’ 감성의 레이어링을 선보였다.

Vogue Runway
Peter White/Getty Images

2. 반항적 프레피룩

가톨릭 학교를 다녀본 사람이라면 교복 규정 위반을 단번에 알아본다. 무의미해 보이는 복장 규칙 속에서 유일한 자유는 작은 반항이었다. 이번 시즌에는 그 ‘조용한 반항’이 런웨이에 등장했다. 셀렌느의 마이클 라이더는 셔츠 칼라를 반쯤 풀어헤쳤고, 보스의 마르코 팔치오니는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고 소매를 걷어 올렸다. 톰 포드에서는 스웨터를 아무렇게나 목에 걸쳤다. 이런 ‘미묘한 위반’들은 규칙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단순히 게으르고 어수선해 보일지 모르지만, 규칙을 아는 사람들에게는 의도적인 저항으로 읽힌다.

Lyvans Boolaky/Getty Images
Estrop/Getty Images

3. 과장된 어깨

지금 남성복은 ‘벌크업’ 단계에 있다. 실루엣을 강조하기엔 거대한 어깨만큼 확실한 수단이 없다. 보테가 베네타의 루이즈 트로터 데뷔 컬렉션에서 이런 과장된 어깨가 돋보였다. 이건 리크 오웬스식의 날카로운 어깨도, 이탈리아식의 클래식한 구조도 아니다. 오히려 80년대 월가 범죄자의 재킷처럼, 느슨하고 넓으며, 약간 ‘아르마니풍’이다. 과시적이고 거친, 그러나 점점 힘을 얻고 있는 스타일이다.

Victor VIRGILE/Getty Images
Courtesy of Versace

4. 구김과 주름

이번 시즌 런웨이에서는 다림질이 실종됐다. 일부러 다리미를 빼먹은 게 아니라, 의도된 스타일링이었다. 이세이 미야케의 구조적인 폴로, 켈빈 클라인의 ‘세탁기에서 너무 일찍 꺼낸 듯한’ 아우터, 발렌티노의 실크 코트 모두 일부러 주름을 남겼다.
조용한 럭셔리가 부유층의 미묘한 신호였다면, ‘의도된 주름’은 오히려 평범함을 가장하려는 시도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이 룩들은 자동차 키나 장보기 가방 같은 일상적인 소품과 함께 연출되었다. 패션이 점점 현실감각을 잃어가고 있는 시대에, 이런 평범함이 새롭게 느껴진다.

Photo: Vogue Runway
Estrop/Getty Images

5. 강한 색 조합

또다시 80년대의 귀환이다. 강렬하고 어울리지 않는 색 조합—‘크레용 상자’를 쏟아놓은 듯한 컬러 매치가 런웨이를 뒤덮었다. 베르사체의 다리오 비탈레 데뷔 컬렉션을 무작위로 봐도, 상상 못 할 색 조합이 이어졌다. 질 샌더의 시모네 벨로티는 좀 더 절제된 버전의 파워 클래싱을 선보였다. 은은한 회색과 깊은 네이비 수트 안에서 장밋빛과 감귤색 포인트를 살짝 드러내는 식이다. 두 스타일의 중간쯤을 찾고 싶다면 발렌티노의 알레산드로 미켈레 컬렉션이 해답이다.

Versace, spring 2026
Jil Sander, spring 2026

6. 하이키 벨트 (High-Key Belts)

마이애미 출신이라면 ‘디자이너 벨트’가 소년에서 남자로 넘어가는 상징이라는 걸 안다. 도시처럼 화려하고, 하나의 투자 아이템이자 자존심이다. 하지만 ‘조용한 럭셔리’ 트렌드가 부상하면서 이런 로고 벨트는 사라졌다. 그리고 이번 시즌에 다시 부활했다. 구찌의 뎀나는 하우스의 상징인 홀스빗 벨트를 새롭게 해석했고, 버버리는 기사의 문장을 형상화한 버클을 선보였다. 미우 미우에서는 소리나는 장식 벨트까지 등장했다. ‘로고매니아 크로치 그레이저’를 꺼내들 시간이다.

Gucci, spring 2026
Burberry, spring 2026

7. 스피리추얼 슬리즈

《걸스(Girls)》 시즌 3에서 레나 더넘이 GQ에서 일하던 에피소드를 기억하는가? 그녀의 캐릭터가 제안했던 카발러는 영적인 척하는 의심스러운 남자 유형이다. 이번 시즌 트렌드를 설명하기에 딱 맞다. 라코스테는 부적을 단 체인 목걸이를, 앤 드뮐미스터는 깃털 헤드밴드를, 그리고 발렌시아가의 피에르파올로 피촐리는 직접 보석 실을 목에 걸고 피날레를 장식했다. 신비롭고 약간 ‘수상한’ 영적 스타일이 다시 돌아왔다.

Lacoste, spring 2026
Ann Demeulemeester, spring 2026

8. 스네이크스킨 스테퍼스

패션위크 한가운데, 뜻밖의 브랜드가 스네이크 가죽 신발 트렌드를 점화시켰다. 뉴발란스가 가니와 협업해 ‘운동화와 로퍼의 하이브리드’를, 그것도 스네이크 패턴으로 출시한 것이다. 같은 시기, 버버리는 60년대풍의 자유로운 무드를 담은 런웨이에서 뱀가죽 첼시 부츠를 선보였고, 발렌티노는 로고 버클이 달린 스네이크 가죽 로퍼를 만들어 2016년 ‘로고=럭셔리’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그 시절 로고 열풍을 이끌었던 사람? 바로 지금 그 트렌드를 다시 되살린 알레산드로 미켈레다.

Burberry, spring 2026

이상, 2026 봄 시즌 남성복 런웨이에서 포착한 8가지 주요 트렌드였다. 각 트렌드는 반항과 세련됨, 현실과 환상 사이에서 미묘하게 줄다리며, ‘다음 시즌의 남성성’을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