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로피아나의 안드레아스 부츠를 경험해보다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하다.
HOW TO FEEL
찬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면 어김없이 꺼내 신는 애착 신발이 있었다. 스웨이드 갑피에는 생활 얼룩이 가득하고 털 안감은 눅눅하게 가라앉아 ‘꼬질꼬질’한 외관이 아주 독보적인 브라운 부츠. 어림잡아 네 번의 겨울을 함께했으니, 365일 신었다고 가정하면 꼬박 1년에 가까운 긴 시간을 함께 보낸 셈이다. 다른 대체제를 물색해보기도 했지만 쉽게 떠나보내지 못했고 지난겨울, “그만 좀 사”에서 “그만, 좀 사”로 바뀐 부모님의 잔소리에 이별을 고했다. 그로부터 두 계절이 지나고, 마트 매대에는 귤이 한가득 들어왔다. 또 한 번의 월동 준비를 해야 할 때. 가장 먼저 생각난 건 지난 겨울을 마지막으로 소명을 다한 애착 부츠였다. 이제는 더 미룰 수 없다는 생각에 까다롭지 않은 듯 까다로운 세 가지 조건을 떠올리며 차기 애착 슈즈 후보를 찾았다. 조건은 이랬다. 첫 번째, 추운 겨울에 어울리는 따뜻한 컬러일 것. 계절이 계절인 만큼 칙칙한 컬러는 지양한다. 평소 룩을 반추해보자면 캐멀, 머스터드와 같은 옐로 브라운 컬러가 베스트. 두 번째, 굽은 어느 정도 높으면서도 편안할 것. 에디터는 키가 큰 편이지만 적당히 높은 굽을 즐겨 신는다. 마지막, 안감은 퍼일 것. 수족냉증을 겪는 사람으로서 겨울에 퍼 안감은 필수다. 게다가 기분 좋은 촉감까지 선사하니 이만한 소재는 없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더해 오래 신을 수 있는 튼튼한 내구성까지 갖춘 부츠는 마치 유니콘 같은 존재. 그러던 중, 로로피아나의 안드레아스 부츠가 눈에 들어왔다. 데저트 컬러의 스웨이드 갑피에 두껍고 견고한 비브람 솔, 그리고 시어링 퍼까지 모든 면에서 조건에 완벽히 부합했다. 게다가 로아와의 컬레버레이션이라니! 하이킹화 디자인에 로로피아나만의 고급 소재를 적용해 세련되게 해석했다. 자고로 로로피아나의 진가는 직접 착용했을 때 드러난다. 부츠에 발을 넣자마자 부드러운 시어링 퍼가 모든 감각을 따뜻하게 품었다. 발등이 따뜻해지니 잔뜩 얼어 있던 근육이 이완되는 기분. 그리고 뒤쪽의 로고 태그를 손잡이 삼아 가볍게 당기니 발이 미끄러지듯 들어갔다. 제법 단단한 밑창은 발바닥의 곡선을 고려한 듯한 굴곡이 져 있어 발의 균형을 안정적으로 잡아주었다. 스트랩은 두 가지, 옐로 브라운과 브라운. 아더 컬러로 한 쪽씩 연출하니 귀여운 한켤레가 되었다. 사이즈는 평소 신는 사이즈보다 넉넉하게 선택했지만 발목과 텅 안쪽의 풍성한 시어링 퍼 덕분에 적당히 여유로운 핏. 반에서 한치수 정도 사이즈 업하되, 신발끈으로 발목을 조여 신기를 추천한다. 큼지막한 부피감이 마음에 들어 걸을 때마다 자꾸만 보게 된다. 이 든든한 부츠와 함께라면 올겨울 추위는 문제없겠다.
소재 스웨이드 송아지 가죽, 시어링 안감 및 러버 솔.
디테일 끈을 안정적이고 튼튼하게 조일 수 있는 다섯 개의 고리와 두 개의 후크, 로로피아나 태그 끈 고리.
HOW SPECIAL
HOW TO STYLE
하이킹 부츠나 워커를 신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먼저 가장 접근하기 쉬운 건 도톰한 아우터와 함께 정직한 고프코어 스타일로 입기. 테크니컬한 소재를 곁들인다면 훨씬 스타일리시해진다. 요즘 패션의 방향을 따라가자면 스트리트 스타일로 연출하는 것도 좋다. 넉넉한 핏의 실루엣에 선글라스와 네크리스 같은 액세서리를 더하는 식. 앞선 스타일이 애들 같아서 망설여진다면 점잖은 수트와 매치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때 팬츠는 신발 밖으로 빼 슈텅이 보이지 않게 하고, 컬러 플레이는 되도록 피하자.
HOW TO ENJOY
프랑스어로 ‘스키 후에’를 의미하는 아프레 스키는 스키를 탄 후 즐기는 저녁, 액티비티 및 문화를 통틀어 지칭하는 단어다. 하우스 브랜드의 겨울철 단골 캡슐 컬렉션이기도 한 아프레스키 컬렉션은 이런 이유로 겨울 레저에서 파생한 스포티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이번 시즌 로로피아나의 아프레 스키 컬렉션은 브랜드의 아이코닉한 소재인 캐시미어, 시어링 등 부드러운 텍스처를 활용해 우아한 멋을 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