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활에 강한 별별 이유 4
’10연패 신화’ 한국 양궁이 세계 최강인 이유는 한국양궁협회의 공정한 선발 방식과 양궁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후원 기업의 맞춤형 지원 때문인 것은 유명하다. 이 밖의 흥미로운 이유를 좀 더 살펴봤다.
런던올림픽 당시 영국 통신사 <로이터>는 한국 양궁 강세인 이유를 젓가락을 잘 쓰기 때문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손가락에는 감각신경세포가 많이 몰려 있다. 젓가락질 하나에 그 세포들과 50여 개의 근육과 30여 개의 관절이 동시에 쓰이며 집중력 뿐만 아니라 근육조절능력까지 키울 수 있다. 오래 전부터 우리 민족이 젓가락질과 같이 미세한 손가락들을 고단하게 움직이며 농사를 짓고 삶을 살아온 것이, 비상한 손재주 DNA로 후대에게 전달되어 온 것이다. 양궁에 있어 가장 중요한, 활 시위를 미세 조준하여 목표를 향해 정확히 당기는 것이 세계 최고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인은 양궁에 유리하고도 불리한, 양날의 검과 같은 체형을 갖고 있다. 한국인과 같은 동양인은 상·하체 비율이 맞고 몸의 중심점이 아래로 내려가 있는 특징이 있다. 덕분에 신체 안정감과 균형감이 좋은 점이 활을 쏘기 유리하게 작용한다. 하지만 ‘양궁’이라는 올림픽 종목 자체는 유럽에서 시작되었다. 그래서 서양인의 팔꿈치부터 손목까지 긴 체형에 맞는 활을 가지고 겨뤄야 하기 때문에 그 반대의 체형을 가진 한국인에게는 불리한 점이 있다. 이 약점은 한국인만의 목표 의식과 전략, 그리고 꾸준히 노력을 갖고 극복해 양궁 세계 정상에 성공적으로 설 수 있게 되었다.
오래전부터 전통적으로 우리 민족의 주력 무기는 활이었다. 중국은 창이고 일본은 칼인 것과는 다른 부분이다. 여러 강국에 둘러싸인 국가로서 전투에 효율적으로 대비하기 위해서는 성능이 좋은 무기가 많이 필요했다. 그런 우리 민족에게 활은 제작하기에 쉽고 저렴할 뿐 아니라 다루기 안전하다는 점에서 제격이었다. 제작자들은 재료들을 다양하게 바꾸면서 혁신을 거듭한 활을 만들었다. 그 수준은 중국인이 우리를 ‘중국의 동쪽에서 살며 큰 활을 잘 쏘고 만드는 민족(동이(東夷))’이라고 불렀을 정도다.
우리 민족은 국왕부터가 신궁인 민족이었다. 일곱 살부터 손수 활을 만든 주몽 뿐만 아니라 태조 이성계는 신궁이라고 평가받아 왔고, 정조 역시 활을 잘 쏘기로 유명했다. 활쏘기는 유교의 육례 중 하나로서 장려되기도 하고 국가 의례로 나오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군사교육과 더불어 궁술 교육도 중요하게 다뤄졌다. 구한말에는 여성들이 머리를 쪽진 채 활을 쏘는 모습의 사진도 발견되었으니, 남녀노소 모두가 조상부터 즐겼던 대중 스포츠였던 것이다. 이 모습들이 후대로 내려와, 지금 한국 양궁은 세계를 압도할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