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의 3D 네일 전문가, K-뷰티 비주얼 아티스트 SOJIN OH
저마다의 빛깔로 서울, 로스앤젤레스, 파리에서 다채로운 역량을 펼치는 K-뷰티 비주얼 아티스트.
SOJIN OH @sojinails
패션 마케팅·PR 전문가에서 네일 아티스트로 진로를 바꿨죠. 늘 창의적인 편이었나요?
창작에 대한 열정은 늘 있었어요. 부모님이 예술계 종사자는 아니었지만 어렸을 때부터 한국에서 패션, 춤, 음악, 사진, 서예, 글쓰기 등을 배웠는데 그런 환경이 상상력을 키워준 것 같아요. 미국으로 건너와 몇 년 동안 마케팅과 PR 파트에서 일할 때는 예술적 동기가 없었어요. 그러다 직접 룩북 촬영을 지휘하고, 이미지를 만들면서 아드레날린이 마구 폭발하는 걸 느꼈죠. 이 깨달음은 카니예 웨스트(Ye)와 함께 이지(Yeezy)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역할을 하게 되었을 때 더욱 깊어졌고, 아티스트로서 정체성을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됐어요. 호기심으로 등록한 뷰티 스쿨에서 재능을 발견한 저는 그길로 네일 아티스트가 되었죠.
어디에서도 볼 수 없던 3D 네일 아트가 시그니처가 되었어요. 신선한 아이디어의 원천은 무엇인가요?
말 그대로 모든 감각을 동원해요. 평소 의식적으로 주변의 모든 것을 듣고, 맛보고, 느끼려고 노력합니다. 산책하면서도 꽃을 관찰하고, 패턴과 색을 연구합니다. 새들이 노래하는 소리를 듣고, 리듬과 감정을 파악하려고 하죠. 세상에 존재하는 색의 스펙트럼만 봐도 자연보다 더 나은 스승은 없다고 믿어요.
색이란 자연이 주는 선물이라는 말에 동의해요.
네일 아트에서 색은 영혼 그 자체입니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본질이죠.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내면세계를 반영하고요. 특정한 색깔이 특정한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흥미롭지 않나요? 빨간색 네일에서는 강렬한 힘이 느껴지고, 흰색 네일에서는 우아한 진지함이 느껴지죠.
당신을 정의하는 색은?
크롬과 투명! 빛을 통해 색과 질감을 반사하는 크롬은 다양한 시각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해요. 순수한 투명은 빛을 통과하게 하고 또 드러나는 것을 가능하게 하죠. 작업물도 그렇지만 사람인 저도 크롬과 더불어 투명한 빛과 색을 닮은 것 같아요. 인간관계에서 진정성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거든요.
네일 컬러를 고르는 팁이 있나요?
새로운 색에 도전해보세요! 여전히 선택이 어렵다면, 최근에 입었던 옷 색깔을 고려하세요. 혹은 요즘 나를 자신감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 무엇인지 떠올리며 범위를 좁혀보세요. 네일 컬러는 자주 바꿀 수 없으니 다양한 스타일에 두루두루 어울리는 색을 고르는 것이 좋아요. 크롬과 투명은 모든 것과 잘 어울려서 실패하기 어려운 색이죠.
클라이언트와 작업하는 과정이 궁금해요.
우선 네일 아트 사진이 아니라 영감을 가져오라고 조언하죠. 다른 네일 아티스트가 이미 창작한 디자인은 피하는 편이거든요. 좋아하는 스무디, 빈티지 자동차 디자인, 건축물, 고급 요리, 바다 생물, 조각품 등 정말 다양한 영감을 가져옵니다. 크게 색상, 패턴, 재료를 정하고 그 안에서 자유롭게 작업하죠. 촬영할 때는 아티스트와 협력해 전체적인 분위기를 이해하는 편이고요. 로살리아나 비요크, 리한나, 헌터 샤퍼 그리고 최근 작업한 리사 같은 아티스트는 완전한 창작의 자유를 주는 편이라, 그들의 캐릭터를 연구하고 개성을 반영해 디자인합니다.
한국인으로서 당신의 업적이 자랑스러워요. 마크 제이콥스와 만든 주얼리 라인도 론칭했죠.
주얼리를 몇 번 만든 적은 있지만 이번 협업 컬렉션은 정말 기대돼요. ‘물’이라는 주제 아래, 한국에 있는 가족을 떠올리며 ‘눈물’과 ‘바다’를 상상하며 만들었어요. 미국에 살면서 한국에 있는 가족과의 관계를 위해 늘 시공간과 싸워왔어요. 현대 기술에도 불구하고 시차는 소통의 장벽을 만들어요. 가족을 떠올릴 때 흐르는 눈물은 슬픔이 아닌 사랑의 눈물이에요. 그리고 저를 가족과 연결하면서도 동시에 분리하는 바다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최근에는 한국의 음주 문화를 전파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기도 하고요.
네일 아트로 기존 틀을 깬 것처럼 미국의 음주 문화를 바꿔보고 싶었어요. 한국에서는 가족이나 친구와 술을 마실 때, 음식도 먹고 이야기를 나누며 숙취를 예방하고 싶어 하잖아요. 그래서 SOOP(@liquidsoop)을 통해 유쾌하고, 사려 깊은 칵테일 레시피를 만들기 시작했죠. 친구들이 건강하게 오래 살기를 바라니까요.(웃음) 한국의 음주 문화를 세계로 확산하고 싶어요.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하루를 알차게 보내는 것 같아요. 에너지를 유지하는 비결이 있나요?
움직임을 통해 에너지를 충전하는 편이에요. 주 3회 이상 운동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움직이지 않으면 머릿속이 복잡해지거든요. 요즘은 중국 전통 무술인 우슈와 폴 댄스 수업을 받고 있는데, 야외에서 우슈를 연습하면 나무도 보고 하늘을 감상할 수 있어서 좋아요. 폴 댄스는 자신감을 높이고 표현력을 길러줘요. 어떻게 보면 네일 아트와 비슷한 점이죠. 친구들을 초대해 저녁을 만들어 먹으며 많이 웃는 시간을 가지기도 해요. 웃는 것이야말로 제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일입니다. (V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