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24’ 후보 4인은?
2012년 시작된 이래 한국 미술계를 대표하는 미술상으로 자리매김한 ‘올해의 작가상’. 수상 후보로 선정된 4인의 전시가 2025년 3월 23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올해의 작가상 2024’ 후보로 선정된 권하윤, 양정욱, 윤지영, 제인 진 카이젠은 동시대를 새롭게 바라보는 다채로운 시선을 지니고 있습니다. 심리적 역동과 일상의 삶, 역사적 기억, 신화와 제의 등을 주요 관심사로 삼는 이들은 인간의 가장 내밀한 영역으로 침잠하거나 거대한 세계로 확장해나가고, 사실과 허구 사이를 오가는 방법론을 통해 통념을 전복하고 확장된 경험을 선사합니다. ‘올해의 작가상 2024’ 최종 수상 작가는 작품에 관한 공개 대화와 2차 심사 등을 거쳐 내년 2월 발표합니다.
권하윤
기억과 기록의 방식을 다루는 권하윤 작가에게 가상현실(VR)은 현실의 제약을 뛰어넘어 아직 경험하지 못한 세계를 구현함으로써 공동의 기억 경험을 생산하는 매체입니다. 그의 작품은 접근할 수 없는 장소나 마음속에만 살아 있는 기억, 또는 기록되지 못한 사건처럼 역사에서 사라진 이야기를 주로 다룹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기록과 기억에 대한 작가의 문제의식을 다양한 측면에서 보여주는 구작 3점과 신작 ‘옥산의 수호자들'(2024)을 선보입니다. 가상현실 설치 작품 ‘옥산의 수호자들’은 옥산의 아름다운 자연을 매개로 친구가 된 대만의 부족장과 일본 인류학자의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이 이야기는 허구와 현실, 역사와 기억이라는 구분을 넘어 ‘적’이라는 거대한 개념에 가려져 있던 구체적인 관계를 새롭게 살펴보는 계기를 제공합니다.
양정욱
작품으로 이야기를 짓는 작가, 양정욱의 이야기 속 주인공들은 늘 어떤 과정에 있거나 무엇인가를 하고 있습니다. 일상의 크고 작은 고난과 희망 사이에서 숫자로만 표시되는 가능성을 뒤로한 채, ‘해보고 또 해보는’ 사람들이 그가 다루는 주제죠. 이번 전시는 인물을 다루는 작품과 풍경을 다루는 작품으로 구성되어, 고난과 희망 사이에서도 부단히 반복되는 사람들의 행동에 깃든 삶의 의미를 보여줍니다. 신작 ‘아는 사람의 모르는 밭에서'(2024)는 텃밭을 무대로 사람이 남긴 흔적에서 얻는 위안을 이야기합니다. 물, 빛, 바람이라는 자연 요소, 그리고 돌아가신 아버지의 텃밭을 마주한 아들의 이야기가 작가의 상상력을 매개로 움직이는 형상이 되어 관람객을 맞이합니다.
윤지영
윤지영의 작업은 보통 사회적, 문화적으로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이야기 속에서 묘한 불편을 주는 무언가를 만났을 때 시작됩니다. 그는 안팎을 가지는 조각의 속성을 이용해, 외부 사건이나 상황으로 개인이 갖게 되는 태도 혹은 ‘더 나은’ 상태를 위한 노력을 형상화해온 작가입니다. 이번 전시를 위해 윤지영은 조각 실험을 보여주는 다양한 구작과 함께 ‘간신히 너, 하나, 얼굴'(2024)을 비롯한 신작을 선보입니다. ‘간신히 너, 하나, 얼굴’은 소원을 빌며 바치는 밀랍 봉헌물을 소재로 서로의 안녕을 바라는 친구들의 마음을 담은 조각 작품이죠. 형태를 바꿀 수 있는 물질의 성격, 즉 ‘가소성’을 외부의 작용을 수용하고 변화할 수 있는 능동적인 힘으로 재해석한 작가의 시선이 담겨 있습니다.
제인 진 카이젠
강렬한 시각성을 동반하는 시적이고 수행적이며 다성적인 영상으로 잘 알려진 제인 진 카이젠의 작업은 살아 있는 경험과 정치적 역사의 교차점에서 기억, 이주, 국경이라는 주제를 다룹니다. 그의 작품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또 다른 주제는 자연과 섬, 우주론, 여성주의적으로 재구성된 신화, 제의적이고 영적인 실천에 대한 참여입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신작 3점을 비롯해 총 7점의 영상으로 이루어진 연작 ‘이어도(바다 너머 섬)'(2024)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본 전시에서 처음으로 전체를 공개하는 ‘이어도(바다 너머 섬)’는 지역공동체와의 오랜 협업을 바탕으로 제주의 자연, 역사, 문화, 오늘날의 쟁점에 대한 작가의 다층적 연구를 집약해서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