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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 “‘뉴 우먼’은 자신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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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가장 ‘록스타’이자 ‘뉴 우먼’인 리사가 촬영장에 들어섰다. 리사는 블랙핑크 데뷔 때부터 <보그>와 함께해왔지만, 솔로로선 처음으로 <보그 코리아> 커버를 장식한다. 그녀는 지금 가장 영향력 있는 아티스트지만 그녀를 직접 만난다면 천진난만한 웃음과 수줍지만 예의 바른 말투에서부터 급속도로 친근감을 느낄 것이다. 말하자면 무대 밖 리사는 그녀가 촬영장에 신고 온 무라카미 다카시 스튜디오의 활짝 웃는 꽃(슈퍼플랫 플라워)이 달린 분홍색 슬리퍼와 닮았다. 한마디로 사랑스럽다. 그런 리사의 가장 큰 목표 또한 1위나 수상이 아니라 ‘행복’이다.

“사람마다 행복을 채우는 방법은 다르겠죠. 저는 ‘소확행’ 스타일이어서 행복의 작은 일부만 발견해도 ‘우아!’ 하고 기뻐해요.” 토요일 저녁, 성수동의 스튜디오에서 촬영 중인 리사의 오늘 자 행복은?“ 루이 비통 앰배서더로 발탁된 후 처음 찍는 화보 촬영이<보그 코리아>라서 좋아요. 고양이들과 인사하는 순간도, 소금빵을 먹어서도 행복해요. 작은 것들에 감사해요. ”지난 8월15일, 싱글 ‘New Woman’을 발표하고 분 단위로 움직이는 스케줄에도, 리사는 매일이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다.

‘New Woman’에서 리사는 “I’m a New Woman”이라고 노래한다. 독립적이고 당당한 가사와 뮤직비디오, 퍼포먼스까지 그야말로 다음 여성상은 자신임을 보여준다. 리사에게 ‘뉴 우먼’은 누구인지 묻자, 특정 이상형이 아니라 마음가짐이라고 말한다. “뉴 우먼은 자신감이에요. 아침에 일어나서 오늘도 당차게 해나가자고 자신을 리셋할 때 이 노래가 함께했으면 해요. 제가 그렇거든요. 하루하루가 바쁘지만 ‘New Woman’을 들으면서 다시 무브 온(Move on) 해요.” 리사는 지난 인터뷰에서 종종 “자신을 믿으라”는 조언을 해왔다. 정말 그것이 효과가 있는지 물었다. “그렇죠. 하지만 계속 혼자서 밀고 나가기는 무척 어려워요. 같이 일하는 스태프, 가족, 친구들이 리사는 할 수 있다고 믿어줘서 큰 도움을 받았어요.”

‘New Woman’은 팝 스타 로살리아가 피처링했다. 리사는 로살리아의 코첼라 무대를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로살리아가 하는 모든 행동은 굉장히 강렬했고 무엇보다 완벽하게 준비돼 보였어요. 대충 한 것은 하나도 없었죠. 물 마시는 것조차 하나의 퍼포먼스 같았어요.” 함께 작업한 적은 없기에 어색할까 봐 걱정했지만 서로의 프로페셔널한 에너지에 영감을 주고받았다. “운 좋게도 함께 뮤직비디오도 촬영했어요. 그녀가 현장에서 주는 에너지는 최고였어요. 우리 모두를 ‘푸시!’하게 만들었죠.” 로살리아 외에도 지금 리사에게 영감을 주는 인물 혹은 풍경은 무엇일까. “사실 너무 바빠서 새로운 영감을 마주할 기회는 적어요.” 리사는 웃으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친구, 가족, 함께 일하는 주변 사람들은 꾸준히 영감을 주죠. 그리고 특정 인물이 아니라 일종의 마인드셋에서 깨달음을 얻곤 해요.”

리사는 솔로 아티스트로서 첫 번째 페스티벌 공연을 앞두고 있었다. 9월 28일 열리는 글로벌 시티즌 페스티벌(Global Citizen Festival)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국제 시민운동 단체가 개최하는 자선 공연이기 때문일 것이다. 리사는 그런 의미를 본인이 말하기보다는 “연락 주셔서 감사했고 좋은 무대니까 듣자마자 하고 싶었어요” 정도로 갈무리했지만 말이다. “팬들을 직접 만나서 좋지만, 혼자 무대를 채워야 해서 무척 긴장돼요. 잘해낼 수 있겠죠?” 리사가 떨린다는 듯이 양팔로 자신을 감쌌다.

올 초 리사는 ‘음악과 엔터테인먼트에 자신의 비전을 보여줄 플랫폼’인 라우드(LLOUD) 설립 소식을 알려왔다.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길보와 함께 올린 사진은 한마디로 매니시하다. 검은색 수트와 타이를 걸치고 슬릭한 텍스처로 머리를 넘긴 리사. 자신의 독립적인 출발을 알리는 사진에 왜 이 착장을 골랐을까. “지난 7년 동안 하지 않은 컨셉을 해보고 싶었어요. 제 회사니까 보스 레이디 같은 스타일링도 어울리겠다 싶었고요. 한마디로 나의 새로운 챕터를 쿨하게 시작하는 모습이 사진에 담기길 바랐어요.” 라우드란 회사명도 자신의 비전을 크고 넓게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며, L이 2개인 이유는 라리사의 더블 L을 재미있게 차용한 것이다. 라우드가 출범한 지 이제 6개월을 넘긴 시점에 리더로서 겪는 어려움은 없을까. “그런 생각은 해본 적 없어요. 혼자가 아니라 함께하니까요.” 온화한 보스 레이디냐고 되물었다. “오, 보스라는 말 너무 어색해요! 팀을 이끄는 경험이 아직 부족하기에 회사 사람들을 가족이나 친구처럼 여기면서 의견을 들어요. 함께 재미있게 나아가고 있죠.”

리사는 자신의 변화된 성격을 언급한 적 있다. 늘 자신보다 상대를 배려해왔기에, 일에서도 좋고 싫음을 잘 얘기하지 못했다. “예전에는 정확하게 마음을 이야기하기가 어려웠어요. 괜히 말을 꺼내서 상대를 불편하게 할까 봐 두려웠죠. 하지만 그러면 모두가 만족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고요. 상대는 내가 원하는 바를 모르니까 답답할 수 있고요. 그래서 내가 명확하게 의견을 전달해야 멋진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다들 프로페셔널한 사람들이니까요.” 이런 변화는 2021년 ‘LALISA’와 ‘MONEY’가 수록된 <LALISA>가 발매될 즈음 왔다. 블랙핑크로 활동할 때는 멤버들의 의견을 수렴했지만, 솔로로서 싱글을 준비하면서 거의 혼자 결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잘하진 못하고, 조금씩 느는 중이에요.(웃음)”

리사는 솔로로서 첫 번째 정규 앨범을 꿈꾼다. “‘아웃사이드 박스’, 그러니까 틀에서 벗어나 다양한 것을 시도하고 싶어요.” 정규 앨범은 곡만큼 어떤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줄지도 모두의 관심사다. 리사는 라우드 설립 후 선보인 <Rockstar> 싱글 재킷에서 태닝한 피부에 롤링스톤스의 ‘혀와 입술’ 로고가 떠오르는 강렬한 포즈를 선보였다. 그야말로 록스타다. 방콕에서 촬영한 뮤직비디오에서 리사는 별 모양의 큰 귀고리, 실버 스터드 벨트를 레이어드한 팬츠를 입고 밤거리에 홀로 등장한다. “평소의 제 패션도 록스타에 빠져 있어요. 가죽 바지와 강렬한 디자인의 신발만 보이면 사고 싶어져요. 아무래도 한동안 그 곡에 몰입했기 때문이겠죠.”

리사는 곡이 정해지면 스타일리스트와 함께 노래와 어울리는 패션 이미지를 수집한다. 사실 리사의 휴대폰은 그간 모아온 이미지 캡처로 가득하다. “입고 싶고 해보고 싶은 것들을 언젠가 쓸 수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수집해왔어요. 이걸 현실로 이뤄내는 과정이 너무 재미있어요. 스타일리스트 언니랑 신나서 ‘우리 어떻게 해볼까?’ ‘과감하게 나가볼까?’ 계속 주고받아요.”

리사가 ‘록스타’ 이야기를 하다 “TMI인데 말해도 될까요?”라며 웃었다. 싱글 재킷에서 태닝한 듯 보이는 피부는 드라마 촬영차 태국에 머물면서 자연스럽게 탔다는 것. 리사는 <화이트 로투스>의 새로운 시즌에 합류했다. 에미상과 골든글로브상을 휩쓸며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잡은 이 작품은 리조트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블랙코미디다. 리사는 작품의 한 스크립트를 연기해 오디션 비디오를 보냈고, 캐스팅 소식을 들었을 때 눈물을 흘렸다. “처음 오디션 볼 때만 해도 자신이 없었어요. 과연 내가 가능할까 싶었기에 더 감격스러웠고요. 글로벌한 사람들이 다 보는 작품인데 선택받았다니 너무 영광스럽죠.” 리사는 연기 수업을 받는 과정이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회상했다. “어릴 적부터 춤을 췄기에 연기를 하는 중에도 계속 박자를 찾더라고요. 상대 배우와 대사를 주고받을 때도 한 박자 쉬고 들어갔어요. 춤추는 것처럼요.(웃음) 리듬을 타지 않으려니 갑자기 몸이 어색해지면서 손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극복하려고 연기 선생님과 많이 노력했어요.” 리사는 이번을 계기로 액션 연기도 해보고 싶다. ‘록스타’ 뮤직비디오처럼 웃음기 없는 강한 캐릭터가 어울리겠다고 하자 리사가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기엔 제가 너무 잘 웃는걸요.” 그러고 보면 리사는 인터뷰 중에도 늘 웃고 있다. 그녀가 잠시 미소를 거둘 때는 당신의 영향력이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에서였다. 리사는 지금 가장 영향력있는 아티스트 중 한 명이다. 단적으로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1억400만 명이다. “부담스러운 면이 있지만, 게시물 하나 올릴 때도 너무 깊이 생각하면 즐겁지 않잖아요. 신중함과 즐거움의 균형을 찾으려고 해요. 다행히 부모님께서 곁에서 지켜봐주세요.”

지금 리사는 세 번째 터닝 포인트를 기다리고 있다. 첫 번째 터닝 포인트는 모두가 예상했듯이 열네 살에 한국에 와서 연습생을 시작한 것. 어린 리사에게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해도 지나치겠다고 했다. “미래를 몰라야 묵묵히 열심히 할 수 있어요. 사실 당시 상황이 그렇게 어두컴컴하지 않았어요. 좋아하는 일이었기에 즐거웠죠.” 두 번째 터닝 포인트는 블랙핑크로 데뷔한 것. 그리고 세 번째를 말하려다 리사가 멈췄다. “세 번째를 미리 써버리면 안 될 것 같아요. 언젠가 직접 보여드릴게요.”

리사에게 다음 여행지로 방콕행 티켓을 끊었다고 말했다. 그녀가 친절하게 어느 계절이 가장 시원한지 조언했다. 리사는 미디어에서 조국인 태국에 대한 사랑을 자주 드러낸다. “이 기회를 통해 태국을 알려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그저 내 블러드(Blood)에 있으니 자연스럽게 관련 문화가 나오죠. 그러고 보니 제 인생에서 태국과 한국에 절반씩 머물렀네요.” 사실 리사를 특정 국가 출신으로 단정 지을 순 없다. 글로벌이라 하기에도 아쉽다. ‘리사’는 뉴 우먼에 이어 뉴 월드다. (V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