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은 길쭉한 쇼츠와 함께 보내세요
매해 여름 우리의 시선은 당연하다는 듯 쇼츠로 향합니다. 지난해에는 와이드 핏과 무릎을 덮는 길이가 특징인 버뮤다 팬츠가 특히 인기를 끌었는데요. 올해의 쇼츠 트렌드는 더 관대해졌습니다. 길이가 적당히 길기만 하다면, 뭐든 용인되는 분위기죠.
변화가 가장 먼저 감지된 곳은 역시 런웨이였습니다. 디자이너들이 일제히 길이가 짧지도 길지도 않고, 너무 와이드하지도 않은 쇼츠를 선보였거든요. 얼핏 평이한 듯 보였지만, 이런 디자인의 특징이 되레 ‘어디에나 잘 어울린다’는 장점으로 발현되는 걸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까르벵의 2024 S/S 컬렉션에 등장한 쇼츠가 훌륭한 예입니다. 정갈하게 잡힌 플리츠, 하이 웨이스트 실루엣 덕분에 미니멀하면서도 포멀한 무드를 동시에 자아내는 팬츠였죠. 지난해 봄부터 유행한 쇼츠 수트 룩의 새로운 전형을 제시하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특유의 와이드한 핏 때문에 버뮤다 팬츠와 ‘드레스업’은 썩 어울리지 않는 한 쌍이었는데요. 띠어리처럼 적당히 슬림한 쇼츠를 활용한다면, 클래식한 수트 블레이저도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습니다. 옷을 차려입는 것 자체가 트렌드인 지금의 흐름과 맞아떨어지기도 하고요!
질 샌더의 컬렉션에서는 기교가 눈에 띄었습니다. 모델들은 고전적인 디자인의 T 스트랩 슈즈에 얇은 컬러 타이츠를 신었죠. 부츠를 신은 듯한 착시 효과를 일으키는 룩이었습니다. 컬러를 통일한 질 샌더의 룩은 더없이 미니멀하게 느껴졌죠.
데뷔 컬렉션을 선보인 스테파노 갈리치는 쇼츠를 활용해 앤 드멀미스터 특유의 고딕 무드를 표현했습니다. 쇼츠가 소화할 수 없는 스타일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하려는 것만 같았죠.
소재로 재미를 준 브랜드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유돈 초이는 비칠 정도로 얇은 소재를 활용했는데요. 다소 애매한 길이의 셔츠 카디건과도 완벽하게 어우러지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지지 하디드가 최근 선보인 스타일링이 떠오르기도 했고요!
매거진으로 시작해 이제 파리에서 쇼를 선보이는 브랜드 올-인은 지난여름의 또 다른 잇 아이템 조츠를 재해석했습니다. 그간 조츠가 캐주얼 스타일에 가장 가까웠다면 올인의 조츠는 펑크적이었죠. 윗단에 가죽을 더하며 모두가 잠시 잊고 있던 ‘더블 웨이스트 데님’을 선보였습니다. 크리스털 장식이 수놓인 쇼츠는 특별하면서도 현실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최근의 데님 트렌드를 연상케 했고요.
올여름의 쇼츠는 무엇보다 다재다능한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스크롤을 내려 앞으로 몇 달간 입게 될 쇼츠를 골라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