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해서 더 매력적인, 나폴레옹 재킷이 20년 만에 돌아왔다
셀린느를 떠난 지 벌써 1년이 넘었지만, 에디 슬리먼의 영향력은 여전합니다. 최근 그가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뒤를 이을 것이라는 루머는 인스타그램을 뒤흔들었고요. 지금도 수많은 패션 피플은 에디 슬리먼이 2000년대 초반, 디올에서 선보인 스타일링을 참고하며 ‘에디 보이’임을 자처하고 있습니다. 코르티스 역시 그를 향한 팬심을 드러낸 적이 있고요.
에디 슬리먼이 패션계에 남긴 족적은 타이트한 레더 재킷과 스키니 진만이 아닙니다. 그는 디올 옴므 재직 시절, 나폴레옹 시대의 군복에서 영감받은 재킷을 선보였습니다. 과거 마이클 잭슨과 프레디 머큐리 등 여러 아티스트가 무대의상으로 활용했던 나폴레옹 재킷이죠. 어깨 견장, 태슬, 금색 자수 등 화려한 장식이 특징인 이 재킷은 2000년대 초중반의 반짝 유행 이후 ‘찾는 사람만 찾는’ 아이템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적어도 최근까지는 그랬죠.
하지만 케이트 모스, 피트 도허티 등 스타일 아이콘들이 즐겨 입었던 이 아이템의 기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점점 많은 디자이너가 나폴레옹 재킷을 제안하고 있거든요. 2026 봄/여름 시즌에는 맥퀸과 앤 드멀미스터가 선보였습니다. 영화 <위커맨>에서 영감을 받았다던 션 맥기르의 네 번째 맥퀸 컬렉션에는 다양한 디자인의 나폴레옹 재킷이 등장했습니다. 범스터 팬츠와의 조합, 그리고 나폴레옹 재킷 디테일을 활용한 비대칭 실루엣의 티셔츠 모두 흥미로웠죠.
앤 드멀미스터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스테파노 갈리치는 나폴레옹 재킷을 현실적으로 풀어내는 데 집중했습니다. 20년 전 에디 슬리먼의 디올 옴므 쇼에 등장했을 법한 나폴레옹 재킷에는 빈티지풍 데님과 롱 슬리브 등을 매치해 캐주얼한 분위기를 강조했죠. 장식적인 요소를 덜어낸 크롭트 재킷 역시 눈에 띄었고요. 나폴레옹 재킷을 꼭 ‘에디 보이’처럼 입을 필요는 없다는 메시지로 느껴졌습니다.
앙팡 리쉬 데프리메의 헨리 알렉산더 레비는 나폴레옹 재킷을 펑크적으로 해석했습니다. 2026 봄/여름 컬렉션에서는 독특한 디자인의 단추가 돋보이는 ‘오피서 코트’를 선보였고, 2025 가을/겨울 컬렉션에서는 나폴레옹 재킷 특유의 브레이드 장식에서 영감받은 듯한 스트라이프 니트가 등장했죠.
에디 슬리먼의 미학과는 거리가 먼 겐조와 딜라라 핀디코글루도 빠질 수 없습니다. 금빛 브레이드 장식을 새긴 겐조의 나폴레옹 재킷은 위트가 넘쳤고, 딜라라 핀디코글루의 디자인은 ‘고스’ 그 자체였죠. 누구는 부담스럽다고 이야기할 만큼 화려한 분위기였지만, 그래서 더욱 매력적인 나폴레옹 재킷. 어떤 셀럽이 이 아이템에 도전할지, 또 다음 패션 위크 기간에는 누가 이를 재해석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