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트 록인’ 심심한 시대, 세상의 재미는 어디로 간 걸까?
‘꾸준함이 중요합니다–.’ 설정된 틱톡 사용 한도 시간이 끝났음을 알리는 모래시계 이미지가 화면을 덮으며 휴대폰에서 흘러나오던 영상 소리가 끊겼다. 나는 언제나처럼 엄지손가락을 움직여 ‘무시하기’를 누른 후, 화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하얀 빛 아래 무겁게 내려앉은 눈으로 아까 보던 영상을 마저 보았다. 영상에서는 머리를 올백으로 틀어 올린 여자가 기이할 정도로 활달한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저는 작년에 ‘비전 보드(목표나 꿈을 글과 이미지 등을 이용해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에 적은 것들을 다 이뤘어요. ‘그레이트 록인(Great Lock In)’을 위해 저희는 이런 걸 하고 있어요.”
내가 이루지 못한 목표들을 떠올려봤다. 매달 투자하기, 일주일에 두 번 웨이트 트레이닝하기, 부끄럽지 않은 수준으로 디제잉을 하기 위해 열심히 배우기, 휴대폰 사용 시간 줄이기. 나는 죄책감을 느끼며 앱을 닫고는 얼굴에 붙은 스타페이스(StarFace) 여드름 패치를 정리한 후 아침 알람을 껐다.
나쁜 습관은 없어졌다가도 다시 생긴다. 자신감이 넘치고, 큰 성취를 이뤘더라도 마찬가지다. 나에게는 언제나 개선해야 할 점이 있으며, 때마침 새롭게 시도해볼 만한 웰니스 챌린지도 계속 등장한다. 이제는 그저 좋은 뜻으로 시작한 5km 달리기 앱(Couch To 5K)이나, 새해 첫 달 금주 계획(Dry January)을 거의 완벽하게 지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습관 형성을 위한 66일 작전(Operation 66), 50일 루틴 지키기 프로젝트(Project 50), 겨울을 성장의 계절로 삼기(The Winter Arc), 75일 엄격 수양(75 Hard), 75일 유연 수양(75 Soft), 둘 중 하나를 선택하기 어렵다면 75일 중도 수양(75 Medium) 루틴이 나를 기다린다. 몇 달 주기로 새로운 자기 계발 트렌드는 계속해서 나타나고, 매번 앞서 나온 것보다 더욱 철저하고 군대식으로 엄격하다.
최신 트렌드는 ‘그레이트 록인’이다. 인기가 폭발적이다. 구글 트렌드에서 검색 관심도는 ‘록인’을 시작하는 날짜인 9월 1일을 앞둔 일주일 동안(8월 25일~9월 1일) 1,328%나 증가했다. ‘그레이트 록인’은 개강 시즌을 맞아 등장한 종합적인 자기 계발 지침이다. Z세대가 주도하지만, Z세대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새로운 결심을 새해로 미루지 않고, 9월의 시작부터 12월 31일까지 매일 실질적인 변화를 이뤄내겠다고 다짐하는 것이 핵심이다. 크리스마스 시즌에도 ‘풀어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2026년이 되기 전에 신체적, 재정적, 지적 목표 달성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하고, 다른 사람들보다 더 돈 많고 더 나은 상태로 새해를 맞이하는 것이 목표다.
‘그레이트 록인’에는 75일간 철저한 루틴을 따르는 ‘75 Hard’ 식의 엄밀한 ‘규칙’은 없다. 대신 엄격한 루틴에 완전히 몰두(Locking In)함으로써 변화하고 싶은 영역에 확실하게 집중한다. 개인적 결심을 온라인에 공유하고, 매일 발전 상황을 공개함으로써 스스로 강한 책임감을 느끼고 실천하도록 유도한다. 처음부터 직접 요리해 먹기 같은 가벼운 목표를 정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하룻밤 사이에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재정비하는 내용이다. 9시간 수면하기, 설탕 먹지 않기, 술 마시지 않기, 찬물 샤워하기, 주 5회 운동하기, 휴대폰 보지 않기 등의 목표를 121일 동안 매일 지켜가는 식이다. 한 크리에이터의 표현처럼, “연말까지 자신의 인생을 완전히 뒤바꾸는 습관”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는 게 ‘그레이트 록인’이다. 이쯤 되자 머릿속에서는 어두운 새벽에 운동복을 입고 달걀흰자를 보상 삼아 먹는 사람들이 등장하거나, 발랄한 톤의 AI 음성으로 어떻게 ‘록인’을 하면 좋을지 조언하는 영상이 자동으로 재생된다.
내 말에 반박하고 싶어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이런 부류의 도전을 할 때 필수적인 꾸준함과 희생이 수많은 사람의 삶에 실질적이고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온다는 점을 부정하지 않는다. 자주 달리시라, 더 빠르고 강해질 것이다. 매일 명상하시라, 스트레스가 줄어들 것이다. 매주 이탈리아어를 연습하시라, 곧 괜찮은 수준으로 대화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냥 과학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웰니스에 집착하는 트렌드를 둘러싼 미사여구와 콘텐츠가 결국 정점에 도달했다고 느껴진다. 이 땅에서 살아가는 한정된 시간을, 우리는 이런 식으로 보내고 싶은 게 맞는 걸까? 우리는 모두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 걸까?
물론 이게 최악의 행동은 아니다. 앞서 지나간 다른 트렌드들처럼, 이 트렌드가 반드시 ‘해로운’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이 트렌드가 상당히 지루하다. ‘그레이트 록인’은 얄팍한 가치체계를 따른다. 자신이 얼마나 생산적인 사람으로 보이느냐에 자존감이 좌우되며, 그래서 장기적인 변화로는 거의 이어지지 않는 체계 말이다. (불렛 저널, 말차라테 같은) 진부한 공식과 판에 박힌 미학도 마찬가지다. 더 중요한 것은, 극단적인 상황에 자신을 ‘가두는 것(Locking In)’이 대체로 고립되고 외로운 삶을 선택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틱톡에서 100만 번 조회된 한 영상이 그 상황을 대변한다. ‘9월 1일 기분’이라는 캡션이 붙은 영상에서 “아무도 나에게 전화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아무도 나에게 메시지 보내지 않으면 좋겠어”라고 말하는 엠마 체임벌린의 음성이 흘러나온다.
이 챌린지는 기본적으로 자신을 일정 기간 동면에 몰아넣는 것과 같다. 전투용 기계처럼 자신을 걸어 잠그고, 입에 테이프를 붙일 준비를 하고, 크리스마스 파티도 즐기지 않은 채 고단백 밀 프렙을 만들어야 한다. 121일 동안 아무 약속도 잡지 않고, 화려한 외출을 즐기지도 않고, 즉흥적인 활동은 전혀 하지 않아야 한다. (저렴한 마티니를 엄청나게 들이켜고 다음 날 아침 감사 일기 쓰는 걸 한 번 해보시라.) 물론 이런 시간을 보낸 후 ‘결과’를 얻으리라는 것은 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름이 끝난 것만으로도 충분히 우울하다. 가을은 일상으로 돌아가는 계절이 맞지만, 동시에 할로윈 파티에서 버즈볼 칵테일을 마시고, 명절에 구이 요리를 즐기고, 그리고 가끔은 (우리 몸의 생체주기가 하라는 대로) 늦잠을 자는 계절이다. 모두가 칭송하는 여자가 되려고 애쓰는 동안 즐거움을 잊어버리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결국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자기를 가꾸라는 ‘글로우업(Glow-up)’ 문화는, 이제는 편리하게도 ‘통합적인’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채 (예를 들어 ‘75 Hard’는 30분 동안 논픽션 책을 읽고 균형을 맞추기 위해 매일 운동을 2가지 하라고 한다), 삶에 너무나 깊이 파고든 탓에 우리는 그 공격성에 무감각해져버렸으며 기쁨도 잃어버렸다. 웰니스는 이런 방식일 필요가 없다. 적어도 1월까지는 미뤄두시라.
나는 야심에 찬 투두 리스트를 만드는 것도, 구글 문서에 목표를 적는 것도, 아침 6시에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 수업을 듣는 것도 좋아한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인생의 모든 측면을 달성 불가능한 높은 기준에 맞춰 설계하고, 그러다 번아웃을 겪고, 다시 시작하는 경험을 한 후에는 엄격한 정도가 지나치면 역효과가 날 수 있(으며 날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소중한 사람을 위해 시간을 내지 않고, 인생이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두기도 하는 여유를 갖지 않는다면 이 모든 건 결국 소용이 없다. 모든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며 잘해내려는 압박을 떨치고, 더 유연한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면, 마음의 평화도 찾을 것이다. (그렇기는 하나, 휴대폰을 다른 방에 두고 자는 것은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