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문학상 수상,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대표작 3
2025년 노벨 문학상의 주인공은 동유럽 현대문학의 거장, 헝가리 작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입니다. 스웨덴 한림원은 “종말론적 공포 속에서도 예술의 힘을 재확인하는 그의 강렬하고 선구적인 작품 세계를 인정한다”며 122번째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를 선정했습니다.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는 1954년 헝가리에서 태어나 부다페스트에서 공부하고 독일에서 유학 생활을 했습니다. 유럽뿐만 아니라 중국, 몽골, 일본 등에서 지내며 작품을 완성했습니다. 그는 2015년 헝가리 작가 최초로 맨부커상(지금의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했죠.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작품은 끝없이 이어지는 긴 문장, 의식의 흐름과 묵시록적 설교가 결합된 듯한 리듬이 특징입니다. 그는 작품에서 붕괴하는 세계, 인간의 근원적 고독, 불완전한 존재 등을 다루며 세상을 집요하게 탐구합니다. 수전 손택은 그를 “현존하는 묵시록 문학의 최고 거장”이라고 언급했죠.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독특한 문학 세계를 접할 수 있는 세 작품을 소개합니다.
사탄탱고
<사탄탱고>는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대표작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입니다. 1994년 거장 벨라 타르가 동명의 영화로 만들었죠. 작품은 공산주의가 붕괴되어가던 1980년대 헝가리의 외딴 농촌 마을을 배경으로, 폐허가 된 농촌 공동체의 붕괴와 인간 절망의 순환을 묘사했습니다. 절망 속에서 구원을 기다리는 인간의 모습과 현대 문명에 대한 풍자를 담아냈습니다.
저항의 멜랑콜리
<사탄탱고> 이후 발표된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또 다른 대표작 <저항의 멜랑콜리>는 그의 세계관이 한층 확장된 작품입니다. 혼돈에 빠진 한 도시의 몰락을 통해 문명과 질서, 인간 이성의 붕괴를 그려낸 정치적 우화입니다. 무질서와 부패로 무너져가던 헝가리의 한 작은 마을에 어느 날 유랑 서커스단이 들어서고, 마을은 파괴의 수순을 밟아갑니다. 혼돈 속에서 새로운 질서를 세우고자 하는 이들도 있지만, 이는 눈가림일 뿐이죠.
라스트 울프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중편 <라스트 울프>와 <헤르먼> 두 작품을 엮은 중편집입니다. 23년의 시간차를 두고 발표한 두 작품을 통해 그의 초기 작품 세계부터 완숙기까지 맛볼 수 있습니다. 2009년 헝가리에서 처음 발표한 <라스트 울프>는 절망감에 빠진 철학자가 뜻밖의 기회를 얻어 다녀온 스페인 여행에서 ‘마지막 늑대’의 이야기를 추적하게 된 사연을 다뤘습니다. <헤르먼>은 은퇴 직전 레메테 숲의 야생 포식자를 퇴치하던 덫놓이 장인 헤르먼의 슬픈 이야기를 풀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