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 한쪽이 사라졌다! 원 레그 팬츠의 등장
지금 내 바지에 무슨 일이?
One is Better Than Two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게 분명하다. 여러 디자이너가 일제히 동일한 스타일을 제안하고 있으니 말이다. 원 레그(One Leg) 팬츠다. 코페르니 쇼의 아멜리아 그레이가 입고 있던 좁고 날렵한 슬림핏 팬츠부터 보테가 베네타의 오버사이즈 수트를 위한 와이드 팬츠 버전, 루이 비통의 A라인 미니 드레스에 매치된 블랙 혹은 레드 컬러의 테이퍼드 실루엣 팬츠까지 다양하기 이를 데 없다.
이 트렌드는 온라인에서 다양한 말장난을 만들어냈고 사람들의 의견은 갈렸다. 보그 런웨이의 호세 크리알레스 운수에타(José Criales-Unzueta)가 올린 인스타그램 게시물에는 “디자이너들이 한 발만 걸쳐놨네”라는 농담조의 댓글이 달렸다. “나보다 한발 앞서 있구만”이라는 댓글도 있다. “다리 거는 장난하는 게 틀림없어”도 있다. <뉴욕 타임스>의 바네사 프리드먼은 2025 봄/여름 트렌드 요약 기사에서 “솔직히 원 레그 팬츠는 지나치게 앞선 걸음”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상업적인 면에서 원 레그 팬츠는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을까?
“매 시즌 브랜드에선 테일러링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을 모색합니다. 이번 시즌에는 코페르니가 더 관능적인 방식으로 이 트렌드를 받아들였고, 보테가 베네타는 드레이핑과 레이어링을 통해 이 룩을 한층 고급스럽게 해석했죠.” 마이테레사의 상업 및 지속 가능성 분야 최고 책임자 리처드 존슨(Richard Johnson)의 설명이다.
“편안한 테일러링이 몇 시즌 동안 주요 트렌드 역할을 했고, 이번 시즌 재해석한 룩을 보면 그 탐구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해로즈 백화점의 수석 바이어 포피 로맥스(Poppy Lomax)가 덧붙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보테가 베네타 버전이 마음에 들어요. 강렬하고 날렵하면서 섹시함도 가미된 스타일이죠.”
다른 이들은 트렌드의 주기가 더 빨라지고 있으며, 온라인에서 유행하는 실루엣이나 스타일링 팁은 종종 일시적인 현상에 그친다고 언급한다. 그래서 그들의 입장은 이런 틈새 트렌드에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이다. “보자마자 상업적 잠재력이 크진 않다고 판단했어요.” 갤러리 라파예트의 여성복 바잉 및 머천다이징 디렉터 알릭스 모라비토(Alix Morabito)가 말했다. “하지만 쇼츠가 엄청나게 유행하면서 특이한 여러 디자인이 동시에 등장하고 있죠. 일부 소비자들은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이 아이템은 분명 급진적인 스타일로 인식되겠지만, 트렌드가 지속된다면 새로운 패션 어휘로 통합될 수 있을 겁니다.”
일시적인 트렌드처럼 보일지 몰라도, 브랜드에서 원 레그 팬츠를 런웨이에 선보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런 스타일의 디자인은 몇 년 주기로 반복돼왔다. 지난 2019년 1월에는 우크라이나 디자이너 크세니아 슈나이더(Ksenia Schnaider)가 디자인한 한쪽은 플레어, 다른 한쪽은 슬림한 실루엣의 짝짝이 진이 온라인에 퍼졌고, 이어 서울에 기반을 둔 푸시버튼은 원 레그 워싱 진을 출시했다. 같은 해 9월, 디자이너 디 두(Di Du)와 웨슬리 해리엇(Wesley Harriott)도 신인 디자이너를 위한 브이파일(VFile) 2020년 봄/여름 컬렉션에서 원 레그 팬츠 룩을 선보였다. 2022년에는 에카우스 라타, 퍼펫츠앤퍼펫츠, 마리암 나시르 자데 등이 2023년 봄/여름 쇼를 위해 원 레그 룩을 디자인했다.
이 스타일을 일찍 시도한 몇몇 브랜드는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 우크라이나의 신예 브랜드 프롤로우(Frolov)는 2022년부터 원 레그 팬츠를 판매해왔으며, 브랜드 설립자인 이반 프롤로우(Ivan Frolov)는 전통적인 실루엣에서 벗어나 비대칭을 추구하고자 하는 열망에서 이 디자인을 시도했다. 프롤로우는 이 스타일이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로 “다양한 스타일링을 통해 새롭고 대담한 룩을 제시한 것”을 꼽았다. “우리의 원 레그 팬츠는 고객에게 놀라울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요. 성공의 핵심이 우리가 제시한 응용성이라고 봅니다. 그 팬츠를 입고 매치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과 조합을 보여줌으로써 실생활에서 입을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거죠.”
다음 시즌을 위한 원 레그 팬츠 버전은 지난해 말 프라다와 펜디에서 눈에 띈 코프코어(Corpcore)와 오피스 사이렌(Office Siren) 트렌드의 연장선이다. 내년 봄 이 오피스 웨어 트렌드는 더 절제된 분위기를 반영하지 않을까? 아무리 짧게 지속되는 트렌드라도 새롭게 이어질 수 있다. 팬티 트렌드(혹은 노 팬츠 트렌드)가 2025 S/S 시즌 란제리 룩으로 발전한 것처럼 말이다. 패션 트렌드 예측 플랫폼 휴리테크(Heuritech)의 패션 분석가 프리다 토드하그(Frida Tordhag)는 이렇게 말했다. “원 레그 팬츠 트렌드는 올해 관찰된 ‘스타킹만 입는’ 트렌드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땐 하의가 상의보다 더 주목받았죠. 여기에 비대칭 디자인의 기본 아이템이 더 많아지면서 스타일링에 흥미로운 변화를 더합니다.” 프랭탕 백화점의 럭셔리 여성복 바잉 디렉터 모드 푸파토(Maud Pupato)는 바잉 리스트에 비대칭 스타일을 포함시킬 거라고 말했다. 비대칭은 늘 매력적이고, 고객은 동시대적 디자인이 가미된 기본 아이템을 원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번 트렌드는 엄밀히 말해 원 레그 팬츠보다는 바지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전반적으로 비대칭 스타일이 증가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빅토리아 베컴은 한쪽 팔이 없는 블레이저와 한쪽 다리가 찢어진 수트 팬츠를 선보였고, 꾸레주 쇼에서 모델 모나 투가드는 비대칭 헴라인의 컷아웃 드레스를 입고 런웨이를 걸었다. 디올은 비스듬한 네크라인이 특징인 다양한 스타일의 룩으로 컬렉션을 채웠다.
이런 트렌드는 적절한 스타일링과 가격대만 제시된다면 상업적 잠재력을 충분히 가진다고 푸파토는 말했다. 다른 바이어들 역시 원 레그 팬츠를 더 쉽게 입을 수 있게 만드는 열쇠는 스타일링에 있다는 데 동의한다. 슬림한 실루엣은 스트랩 장식 톱과 매치하면 저녁 모임이나 파티에 어울리고, 보테가 베네타처럼 오버사이즈 블레이저에 매치하거나 타이츠를 레이어드하면 정제된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게 그들의 의견이다. 모라비토는 이렇게 덧붙였다. “비대칭 스타일은 레이어드할 때 더 잘 어울리죠.”
휴리테크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내년 봄에는 비대칭 네크라인이 5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주로 16세에서 25세 사이의 젊은 소비자에 의해 주도될 것이다. “더 많은 비대칭 디자인이 나올 겁니다. 원 레그 팬츠가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지 않더라도 말이죠.” 토드하그가 설명했다. “원 레그 팬츠는 대중적 측면에서 비주류이고, 상업적 잠재력도 낮습니다. 주류 소비자보다 관점이나 실루엣에서 다양한 시도를 즐기는 소수의 패션 애호가에게 적합하죠. 하지만 비대칭 네크라인의 톱과 비대칭 헴라인의 스커트는 분명 인기를 끌 겁니다.” (V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