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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르띠에라는 이름의 여성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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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르띠에라는 이름의 여성 연대기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고, 영감을 나누며, 새로운 에너지를 전달하는 여성의 힘. 그 변화가 시작된다. “우리 삶의 방식을 변화시킨 여성 창업자의 이름을 댈 수 있는가?” 지난 5월 21일 중국 선전의 한 호텔 회의실에서 만난 영국 출신 사업가 로라 하넷(Laura Harnett)은 스스로 되물었던 질문을 상기시켰다. 우리는 이제껏 세상을 바꾼 남성 창업자의 이름에 익숙하다.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와 마크 […]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고, 영감을 나누며, 새로운 에너지를 전달하는 여성의 힘. 그 변화가 시작된다.

‘까르띠에 여성 창업 이니셔티브’를 위해 전 세계 여성 창업자 33명이 중국 선전에서 열린 2024년 시상식 무대에 올랐다.

“우리 삶의 방식을 변화시킨 여성 창업자의 이름을 댈 수 있는가?” 지난 5월 21일 중국 선전의 한 호텔 회의실에서 만난 영국 출신 사업가 로라 하넷(Laura Harnett)은 스스로 되물었던 질문을 상기시켰다. 우리는 이제껏 세상을 바꾼 남성 창업자의 이름에 익숙하다.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와 마크 저커버그, 일론 머스크까지. 하지만 그와 동급의 여성 창업자 이름을 떠올리기란 쉽지 않다.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바꾸는 것이 바로 우리가 여기에 모인 이유입니다.”

식물성 소재로 친환경 설거지 도구를 만드는 브랜드 ‘Seep’의 창업자 하넷을 비롯한 33명의 여성을 선전에 모은 것은 까르띠에였다. 2006년부터 영향력 있는 여성 창업자를 발굴하고 후원하는 ‘까르띠에 여성 창업 이니셔티브(Cartier Women’s Initiative)’의 2024년 시상식이 열렸기 때문이다. 까르띠에는 전 세계를 9개 지역으로 나누어 지역마다 3명의 ‘펠로우’를 뽑고, ‘과학과 기술 선구자 부문’과 ‘다양성, 공정성 및 포용성 부문’을 더해 총 33명의 여성 창업자를 모았다. 이들에게는 순위에 맞는 지원금과 ‘펠로우 커뮤니티’에 가입할 자격이 주어졌다. 이 커뮤니티를 통해 맞춤형 멘토링과 코칭, 경영대학원 ‘인시아드’의 교육과정 이수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을 시작한 것은 2006년입니다. 여성과 관련한 활동이 많을 뿐 아니라 까르띠에 직원의 3분의 2 이상이 여성이라는 사실도 그 이유였습니다.” 다음 날 선전의 오페라 하우스에서 열린 2024년 시상식에서 까르띠에 회장 겸 CEO 시릴 비네론(Cyrille Vigneron)이 이 모든 것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 모든 지원이 영광이라고 느낄 정도로 우리의 젊은 창업자들이 세상을 조금씩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다 함께 전하는 힘은 놀라울 정도입니다.”

르완다에서 적정 가격의 영양식을 환자에게 제공하는 ‘Solid’Africa’를 창업한 이자벨 카마리자(Isabelle Kamariza).

열일곱 번째를 맞이하는 올해 시상식의 주제는 ‘선의를 위한 힘(Forces for Good)’이었다. 전 세계에서 모인 33명의 여성 창업자 모두 스스로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바꾸고 있었다. 인상적인 후보자가 많았다. 이집트의 어업 폐기물을 통해 비료를 만들고, 인도의 폐수 정수 시스템을 새로 바꾸고, 나이지리아의 아이들에게 좀 더 효과적인 교육 시스템을 제공하는 창업자의 이야기는 매우 흥미로웠다. 치매 환자에게 음악을 통해 새로운 치료법을 제안하고, 효과적인 중이염 치료를 위한 새로운 도구를 고안하고, 여성에게 투자의 개념과 정보 등을 제공하는 팟캐스트 플랫폼을 운영하는 이의 이야기도 못지않았다. 기본적인 위생과 환경, 의료뿐 아니라 직장 문화를 바꾸고 장애를 극복하는 플랫폼을 개발하는 이들의 이야기도 흥미진진했다. 시상식 전날 호텔 회의실에서 각자의 사업과 그 전개 이유 등을 설명하는 펠로우의 눈빛은 모두 반짝이고 있었다.

동아시아 지역 부문 1위를 수상한 ‘세이브앤코’의 박지원 대표. 여성을 위한 성 건강 제품을 만드는 그녀는 역대 여덟 번째 한국인 수상자가 되었다.

동아시아 지역 펠로우로 선정된 ‘세이브앤코’의 박지원 대표도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인물 중 한 명이었다. 여성의 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어려운 한국에서 여성을 위한 성 건강 제품을 만드는 그는 사회에 존재하는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뛰어든 본보기와 같은 존재였다. 독소가 없고 여성의 몸에 무해한 피임약과 휴대가 간편하고 다양한 편의성을 갖춘 위생용품은 그렇게 해서 탄생했다. “성 건강 제품 대부분은 남성을 대상으로 판매됩니다. 여성이 수치심이나 거리낌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세이브앤코 브랜드와 패키지가 여성이 주체가 되기를 원했고, 여성의 건강을 위해 더 좋은 품질의 제품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폐수를 정화하는 무동력 필터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는 모로코의 살마 부가라니.

“지금 이 자리에 함께하는 펠로우를 만난 것이 가장 큰 소득입니다.” 모로코에서 무동력 폐수 시스템을 개발해 지역 농부에게 도움을 주고 있는 ‘그린 와테크’의 살마 부가라니(Salma Bougarrani)는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한 의의를 커뮤니티에서 찾았다. “각자의 문제점을 바라보고 함께 고민하며 사업을 키워나가고 해결책을 찾아가는 새로운 시선을 배워갑니다.” 나이지리아 어린이에게 새로운 교육 플랫폼을 제공하는 ‘9ijakids’의 티티 아데우시(Titi Adewusi) 역시 이곳에서 새로운 인사이트를 발견했다. “우린 모두 각자 다른 비즈니스 사이클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사업을 확장하고 성장하는 사이클을 알 수 있었습니다. 특히 직원의 훈련, 채용 등에 대한 아이디어를 주로 얻어갑니다.”

2024년 까르띠에 여성 창업 이니셔티브의 하이라이트는 시상식. 중국의 다이빙 전설 궈징징(Guo Jingjing)과 사업가이자 슈퍼모델인 칼리 클로스(Karlie Kloss)가 그 자리에서 여성의 잠재력을 고취하는 연설을 더했다. 그리고 9개의 지역 어워드와 2개의 주제별 어워드에서 각각 1위와 2·3위 수상자를 공개했다. 중간중간 펠로우들이 간주하는 양성평등, 사회적이고 환경적인 과제에 대한 해결책 등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했다. 세이브앤코의 박지원 대표는 동아시아 지역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로써 2010년 이후 총 8명의 한국 펠로우가 까르띠에 커뮤니티에 자리하게 되었다.

낙엽 등 식물을 사용해 가죽 대체 소재를 개발하는 영국의 미라 나메스(Mira Nameth).
가운데가 여성들에게 투자 방법을 알려주는 팟캐스트 ‘Girls That Invest’의 창업자 심란 카우르(Simran Kaur).

“매년 수백 가지 프로젝트를 후원했기에 이제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없을 거라 여깁니다.” 시상식 무대에 오른 까르띠에 회장이자 CEO 시릴 비네론이 소감을 밝혔다. 그의 곁에는 직장 내 성희롱을 막는 HR 플랫폼을 만든 칠레의 여성 창업자와 시각장애인을 위해 텍스트를 오디오로 바꾸는 미국의 여성 창업자가 함께 서 있었다. 그들이 함께한 자리에서 느껴진 건 자신만의 방법으로 세상을 바꿔나간다는 자부심이었다. “세상에는 수많은 문제가 존재하죠. 하지만 우리가 만나는 창업자들은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말할 때 스스로 해결법을 찾으며 나아갑니다. 놀라운 진보를 이뤄나가는 여성들의 존재야말로 바로 우리가 여기 모인 이유입니다.” (V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