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경험이다. 평생 책을 기획하고 쓰는 게 직업이어서 책을 써도 늘 계획적으로 썼다. 그런데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루페)만큼은 전혀 달랐다. 상황을 따라 흘러와 보니 책이 지금 내 손에 들려 있다. 아내의 마지막을 좀 더 붙잡으려 했던 그 순간들이 낯설었던 만큼 이 책도 낯설다.아내의 병이 깊어지면서 부엌에 서야만 했다. 아내는 요리를 나에게 부탁했고 내가 한 음식만 겨우 받아먹었다. 피해야 할 게 많은 환자용 식사 준비는 가뜩이나 부엌일을 잘 모르는 나에게 커다란 도전이었다. 부엌에 들어서면 언제나 천길 벼랑이 앞을 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