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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접근, 강렬한 미학, 피엘파올로 피촐리의 발렌시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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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함으로 정의하는 새로운 시대.

피엘파올로 피촐리(Pierpaolo Piccioli)가 발렌시아가 데뷔 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말 그대로 발렌시아가 본사로 말이다. 발렌티노에서의 그를 잘 알고 좋아하던 이들에게는(거기서 그는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가 떠난 후 2016년부터 2024년까지 모든 컬렉션을 홀로 이끌었다) 열광적으로 축하할 만한 일이었다. 피촐리가 자신의 모든 것을 새로운 자리로 온전히 가져왔기 때문이다. 꾸뛰르 볼륨과 컬러, 테일러링 등 많은 모든 것을.

쇼가 시작되기 전, 긴 대화를 나누면서 피촐리는 단 한 벌의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 꾸뛰르 드레스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1957년의 색(Sack) 드레스다. 만약 고루하고 이해하기 어렵게 느껴진다면 그를 오해하는 것이다. 그 룩을 선택한 이유는 혁신적이면서도 정직한, 단순한 실루엣 때문이다. 당시 대부분의 여자들은 10년 전 유행한 크리스챤 디올의 뉴 룩 스타일(코르셋으로 허리를 조이는)에 머물러 있었기에 그 실루엣은 반역 그 자체였다. “그는 여자들이 자신의 공간에서 살 수 있도록 해방시켰습니다. 그의 방식은 신체와 원단, 공간이었어요. 저도 모든 작업의 중심에 인간을 두고 싶습니다.”

그렇게 해서 등장한 첫 번째 룩은 색 드레스에 대한 오마주를 담은 브이넥의 블랙 롱 이브닝 드레스였다. 여유롭게 흐르는 드레스는 화이트 오페라 글러브, 배트걸와 쇼걸이 만난 듯한 거대한 선글라스와 함께 스타일링했다. 피촐리는 선글라스와 이어진 것처럼 보이는 헤드피스로 극단적인 선글라스에 대한 그의 취향에 경의를 표했다. “이곳을 거쳐간 이들을 부정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에요. 뎀나, 니콜라 제스키에르, 크리스토발 누구든요.”

급진적인 단순함. 피촐리가 하우스 설립자와 자신이 닮았다고 여기는 점은 크리스토발이 “맥시멀리스트인 동시에 미니멀리스트”가 된 방법이었다. 피촐리의 2026 봄/여름 컬렉션은 감미로운 실루엣과 볼륨으로 충만했다. 벌룬 스커트, 압생트 그린 컬러로 해석한 아이코닉한 코쿤 코트, 봉긋한 러플 스커트의 마젠타 컬러 트라페즈 드레스, 비대칭 스카프가 나선형으로 흘러내리는 원 숄더 드레이프 드레스가 출현했다.

니콜라 제스키에르에 대한 오마주는 컨셉추얼한 승마 모자에서 드러났는데, A 라인 네이비 피 코트와 스커트처럼 넉넉한 카키색 쇼츠 의상과 함께였다. 패션 애호가라면 제스키에르가 오리지널 크리스토발 룩을 자기 방식으로 재해석해 세상을 놀라게 한 2008 봄/여름 컬렉션을 기억할 것이다. 또한 그는 발렌시아가 튜닉의 귀환을 알렸다. 좁은 블랙 팬츠에 매치된 화이트 튜닉의 앞면은 단순했지만 목 뒤쪽이 꽃잎처럼 우아하게 벌어져 있었다. 이런 방식은 이번 시즌의 새로운 발견으로, 더 로우와 알라이아에서도 동일한 형태를 볼 수 있었다. 화이트 티셔츠처럼 단순하지만, 존재감은 매우 크다.

이브닝 룩의 다양한 변주에 능한 피촐리의 능력은 오랫동안 인정받았으며, 이번 컬렉션 전반에도 적용되었다. 이는 오랫동안 갈 곳 없던 더 세련된 고객을 향한 손짓이었다. 혹은 이전의 발렌시아가 고객이었지만 좀 더 성숙한 이들을 향한 것일 수도 있다. 스트리트 웨어의 종말을 선언하긴 아직 이를지 모르지만, 하이패션은 그 방향으로 흐르는 듯하다. 뎀나 스타일의 오버사이즈 후디는 없었지만 피촐리는 다른 방식으로 그에 대한 존중을 드러냈다. 치노 팬츠를 꾸뛰르 방식으로 재단하고, 봄버 재킷을 가죽 버블 형태로 구현하고, 오버사이즈 화이트 셔츠를 확대해서 뒤쪽이 바닥에 끌리게 만드는 식이었다.

메건 마클의 참석으로 쇼장에는 대소동이 일어났다.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 이자벨 위페르를 비롯한 배우들도 참석했다. 때로 셀러브리티의 참석이 런웨이 의상을 가리기도 하지만, 이번에는 예외였다. 피촐리는 어떤 꼼수나 밈이 될 만한 조크 없이, 오직 아름답고 현실적인 패션을 긍정적인 방식으로 제시했다. V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