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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란 랜팅크의 이토록 유쾌하고 도발적인 장 폴 고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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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팡 테리블의 적자가 벌이는 유쾌하고 도발적인 ‘패션 난장’.

무수히 많은 데뷔 쇼가 예정되었던 2026 봄/여름 파리 패션 위크가 막바지를 향할수록, 패션계가 갈망하던 ‘분열의 순간’은 점점 요원해 보였다. 적어도 케 브랑리 미술관(Musée du Quai Branly) 지하에서 열린 듀란 랜팅크(Duran Lantink)의 첫 장 폴 고티에 컬렉션을 보기 전까지는 그랬다. 네덜란드 출신의 듀란 랜팅크는 2023년 파리 패션 위크에 데뷔했고, 그가 만든 기묘한 형상의 옷은 금세 ‘독특한 뭔가’를 찾아 헤매던 스타일리스트의 눈을 사로잡았다. 지난 3월 듀란 랜팅크는 라텍스 소재의 ‘가짜 가슴 톱’을 입은 남성 모델을 런웨이에 올리며 반향을 일으켰다. 그로부터 한 달 뒤, 장 폴 고티에는 그를 자신의 후계자로 임명했다. 돌이켜보면, ‘가짜 가슴 톱’은 예고편에 불과했는지도 모르겠다. 랜팅크의 데뷔 쇼에는 (털이 무성한 것도 모자라 성기마저 노출된!) 남성의 나체가 그려진 보디수트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1980년대에 이미 치마 입은 남성 모델을 런웨이에 올린 장 폴 고티에는 무서운 아이, 즉 ‘앙팡 테리블(Enfant Terrible)’로 불린 최초의 디자이너다. 이후 그는 마돈나의 의상을 디자인하고, 오뜨 꾸뛰르 캘린더에도 이름을 올리며 파리 패션계를 대표하는 인물로 거듭났다. 7년간 에르메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았던 그는 2020년 은퇴를 선언했다. 하이더 아커만, 글렌 마르탱 등을 게스트 디자이너로 초빙해 꾸뛰르 컬렉션을 선보이던 장 폴 고티에 하우스는 듀란 랜팅크를 ‘퍼머넌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하며 방향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랜팅크는 열두 살 때 ‘악마의 뿔’이 달린 장 폴 고티에 비니를 선물 받은 뒤 그 모자를 매일같이 쓰고 다녔다. 몇 년 뒤, 보수적인 분위기의 고등학교에 입학한 그는 첫날부터 인도의 코끼리 신 가네샤(Ganesh)가 그려진 메시 셔츠를 입고 (젖꼭지 한쪽을 내놓은 채!) 등교했다. “장 폴 고티에를 입을 때마다 내가 어떤 집단을 대표하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모두가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옷이 필요하죠.” 랜팅크에게는 장 폴 고티에가 딱 그런 존재였다.

랜팅크는 클럽에 춤추러 갈 때 입을 법한 옷을 선보이며 젊은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허리 라인부터 발목까지 팽팽하게 당겨지는 두 줄의 천만으로 구성된 팬츠는 땀 냄새로 가득한 레이브 파티에 적합해 보였다. 하우스의 아이콘 같은 콘 브라, 마린 스트라이프, ‘고티에 주니어’ 로고의 파격적인 재해석은 프런트 로에 앉아 있던 창립자를 흐뭇하게 했다. “본능에 따라 디자인합니다. 늘 어떤 에너지를 포착하려 노력하죠.” 만약 ‘어르신들’이 그 에너지를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랜팅크는 의도가 적중했다는 듯 살짝 미소를 띨 것이다. V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