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맥콜로와 라자로 에르난데스의 로에베에서는 뉴욕이 느껴진다
하나보다 나은 둘.
잭 맥콜로(Jack McCollough)와 라자로 에르난데스(Lazaro Hernandez)의 파리 출전은 처음이 아니다. 팬데믹 전에 프로엔자 스쿨러 듀오는 파리에서 두 차례 쇼를 진행했다. 당시 나는 매출 증가와 국제적인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리뷰를 쓰면서, 역사 깊은 프랑스 패션 하우스에 대한 그들의 야망에 대해서는 굳이 언급하지 않았다.
이제 그들은 꿈을 이뤘다. 지난 3월 듀오 디자이너는 조나단 앤더슨의 뒤를 이어 로에베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되었다. 그로부터 몇 달 전, 둘은 로에베의 직무를 맡기 위해 23년 전 뉴욕에서 시작한 자신의 브랜드를 떠난다는 소식을 알린 상태였다. 이는 인생에서 중대한 결정이었지만 맥콜로와 에르난데스는 크나큰 열정으로 결단을 내리고 새로운 챕터를 준비했다. 쇼 직전의 분주한 에너지로 가득한 로에베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 파리에 정착한 지 6개월이 지난 둘은 그저 웃고만 있었다.
“정말 즐거워요.” 에르난데스가 말했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어떤 제약도 없이 우리 안에 있는 것을 분출할 수 있고, 마음껏 실험해볼 수 있어요. 너무 행복합니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아요.” 지난 10월 3일 아침, 14구의 파리 대학 뒤쪽 쇼장에서 맥콜로와 에르난데스의 로에베가 공개됐고, 컬렉션은 뉴욕이라는 뿌리에 충실한 스포티한 감각과 함께 생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들은 브랜드의 기둥이 스페인 정신과 공예, 그리고 “우리다워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에베는 에르메스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럭셔리 브랜드로 1846년 마드리드에서 설립됐다. 가죽 하우스에 공예는 척추이며, 전임자가 공예상을 설립하면서 핵심적인 차별점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제는 잭과 라자로의 차례다. 서론으로 그들이 제시한 것은 미국 추상화가 엘스워스 켈리(Ellsworth Kelly)의 1989년 작 ‘Yellow Panel with Red Curve’였다. 그들은 컬렉터 친구에게 그 작품을 대여해 쇼장 입구에 걸었다.
태양을 닮은 컬러는 컬렉션에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열로 봉합된 광택 나는 가죽 소재 종 모양 재킷부터 여러 겹의 스카프로 만든 드레이프 드레스까지, 솔기가 층층이 러플을 이루며 폭포수처럼 가늘게 흘러내렸다. 이 의상은 데님 팬츠, 버튼다운 셔츠, 티셔츠, 윈드브레이커 같은 전형적인 스포츠웨어와 함께 등장했다. “고도의 공예 기술로 재해석했죠.” 맥콜로가 말했다. 데님처럼 보인 팬츠는 사실 잘게 찢은 가죽 소재였고, 버튼다운 셔츠도 가죽 원단을 손으로 주름 잡고 채색한 것이었다. 탱크 톱과 티셔츠는 와이어를 섞은 가죽 ‘실’을 사용해 구겨진 형태를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다른 실험에는 더 고도의 기술이 적용되었다. 3D 프린팅 원단으로 만든 벨벳 촉감의 타월 드레스, 세계 최초의 실크 고어텍스 윈드브레이커가 그것이다.
이번 시즌을 정의하는 백 형태는 스웨이드와 가죽 또는 악어가죽 소재에 손잡이가 하나 달린 아마조나 백이었다. 노트북을 넣을 만큼 충분히 넉넉하면서도 지하철역으로 뛰어가는 모습이 연상되는 축 처지는 느낌이 있었다. 그들을 뉴욕에서 데려올 수는 있었지만, 그들에게서 뉴욕을 지울 순 없었다. 그들이 데뷔 쇼에서 보여준 활기는 새로운 로에베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였다. V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