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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었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였기 때문” – 푸시버튼의 박승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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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한국 패션을 탐닉하는 건 더 이상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 한국 패션을 정의하는 6팀의 디자이너는 현재에 충실한 채 눈앞에 놓인 트랙을 달린다.

“전통적인 미적 기준에 반하는 미래의 미적 기준을 상징하는 거예요. 요즘 젊은 세대들이 즐겨 하는 픽셀 캐릭터를 닮았다고 여겼거든요.” 박승건은 신석기 시대 돌가면 같은 거대한 은색 마스크에 대해 설명하려 애쓰다가 정신이 번쩍 든 것처럼 말했다. “어머, 설명 같은 거 안 하려고 했는데, 또 구구절절 설명하고 있네.” 2025 봄/여름 컬렉션은 푸시버튼이 6년 만에 서울에서 선보인 쇼다. 과거의 것에서 영감을 얻곤 하는 박승건은 유튜브 알고리즘의 인도로 가수 혜은이의 1970년대 공연 영상을 보게 됐고, 바람 머리를 한 그녀에게 마음이 끌렸다. “당대 아이돌인 그녀가 지금 TV에 출연한다면 어떤 공연 의상을 입고 어떤 차림으로 휴가를 떠날까 상상하면서 디자인했죠.” 그동안 상하이와 런던에서 쇼를 발표한 이유에 대해 서울이 자신을 반기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그는 털어놨다. “상업적인 세컨드 라인이 지나치게 성공적이었어요. 상대적으로 컬렉션 라인은 기괴하고 입을 수 없는 옷이라는 인상만 더 강해지는 것 같아 세컨드 라인을 과감하게 접었습니다.” 아버지 품을 떠난 탕아처럼 푸시버튼은 밖으로 돌았지만 추울 줄만 알았던 밖은 오히려 그를 따뜻하게 반겼다. 그리고 올 초 문을 연 CCCS에서 서울의 요즘 젊은이들을 만나며 서울 시장에 다시 집중하기로 결심했다. “2014년 아카이브 의상을 보더니 ‘이 옷 입고 싶어요!’라고 하더라고요. 과거에 비해 노출을 꺼리지 않고, 스타일도 훨씬 과감해졌다는 인상을 받아서 자신이 생겼죠.” 아버지 집으로 돌아와 귀환 파티를 마친 탕아는 다음 파티 준비로 분주하다.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이 코앞입니다. 향수와 코스메틱 론칭도 준비 중이고요.” 플래그십 스토어는 CCCS가 아니라 다른 곳에 문을 연다. “사회 환원이란 개념은 너무 거창해요. 재능 있지만 알려지지 않은 아티스트를 위한 플랫폼 정도 고려한 거죠. 지하 살롱에서는 격의 없이 그들과 만날 수 있고 대안 공간에서는 전시나 팝업도 열고. 앤디 워홀의 팩토리처럼요.” 이 특별한 건물에 푸시버튼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은 이유에 대해 그는 지금 하고 있는 모든 시도가 고정관념과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푸시버튼의 스타일은 지금도 젊은 세대의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나이 들었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였기 때문이라고 여겨요. 마음은 여전히 젊지만요.” 지금까지 그래왔듯 박승건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고 있다. 거기에는 요즘 젊은이들이 동경하는 과거가 있으며, 그는 자신이 경험한 과거에 대해 기꺼이 이야기해줄 준비가 돼 있다. 나이는 많지만 여전히 힙한, 한때 좀 놀아본 멋진 형(혹은 아저씨?)으로서 말이다. (V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