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피스에 부츠면 올가을 옷차림은 성공입니다
올해 가장 반가운 변수는 보헤미안 시크입니다.
연초만 해도 2024년은 1990년대 미니멀 패션으로 뒤덮일 거라고 확신했건만 끌로에의 2024 F/W 컬렉션이 모든 걸 바꾸어놓았죠. 덕분에 타 하우스의 컬렉션도 다른 눈으로 보게 되더군요. 유려한 실루엣과 자유로운 무드를 지닌 룩에 절로 시선이 갔죠. 이자벨 마랑, 울라 존슨 등 보헤미안 미학을 꾸준히 전파해온 브랜드의 쇼도 더 꼼꼼히 살펴보게 됐고요.
그리고 이들의 컬렉션에서 공통된 조합을 발견했습니다. 원피스와 부츠였죠. 새로울 것 없는 매치지만요. 하나같이 하늘하늘한 맥시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는 점이 참 재미있더군요. 브랜드 불문 치맛자락을 휘날리며 걷는 모델들의 모습에서 보헤미안의 자유로운 분위기를 떠올렸지요. 멕시코 <보그>의 안목을 바탕으로, 2024 F/W 컬렉션에 등장한 원피스와 부츠 룩을 모았습니다. 스크롤을 내려보세요. 올가을 내로라하는 디자이너가 입을 모아 제안한 조합입니다.
패턴 파악에는 울라 존슨만큼 좋은 교재도 없습니다. 패치워크, 꽃무늬, 페이즐리 등 다양한 프린트가 룩을 밀도 있게 채워냈죠. 흥미로운 건 부츠에조차 프린트가 새겨져 있다는 점입니다. 화려함을 또 다른 화려함으로 눌러준 거죠. 뱀가죽이 연상되는 텍스처의 벨트로 나름의 일관성을 준 점도 인상 깊었습니다.
이자벨 마랑은 여기서 한술 더 떴습니다. 프린트 드레스, 깊이 파인 슬릿 디테일 사이로 비치는 레오파드 타이츠, 벨트만으로 이미 꽉 찬 구성이었지만요. 화룡점정은 프린지 장식이 달린 조끼와 부츠였습니다. 위아래로 흔들리는 가죽 장식이 무드를 확실하게 전달했죠.
샤넬의 룩은 안전해 보였습니다. 얇은 실크 드레스와 묵직한 슬라우치 부츠의 균형감이 좋았죠. 부츠의 메탈릭 토는 머리부터 ‘발목’까지 주름 잡힌 실루엣을 깔끔하게 마무리해주었습니다.
‘은근한’ 보헤미안 무드도 충분하다는 걸, 프라다의 2024 F/W 컬렉션이 알려주었습니다. 살짝 부는 바람에도 나부끼는 얇은 시스루 드레스지만 라인은 직선적이었죠. 촘촘하고 두껍게 수놓은 보헤미안 스타일의 자수 장식은 모든 걸음에도 흔들림 없이 존재감을 발했습니다. 스퀘어 토 부츠를 매치한 것도 지극히 프라다다웠죠. 엄격해 보이지만 가슴속엔 자유를 품고 있는 여성을 보는 것 같았달까요?
타이다이 프린트 없이 보헤미안 스타일을 논할 순 없죠. 알베르타 페레티의 룩입니다.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는 점이 포인트였어요. 프린트조차 타이다이치고 단순한 편이었죠. 드레스뿐만 아니라 부츠의 라인까지 심플했고요. 허리선에 잡힌 주름은 우아함을 담당했습니다.
크로셰 드레스의 가을 버전이라 생각하면 쉽습니다. 가브리엘라 허스트는 화려한 프린트 대신 톡톡한 패턴으로도 보헤미안 무드를 연출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어요. 라인을 따라 자리한 전면의 컷아웃 디테일이 페미닌한 매력을 배가했죠. 딱딱한 포인티드 토 부츠로 최소한의 긴장감을 채웠고요.